혼자서 부산 카페 투어, 여섯 번째
Good old days...
(아 옛날이여...)
돌이켜 보면 좋았던 날들이 있죠. 사랑했던 순간이나 즐거운 여행의 기억들이 그렇게 남아 있습니다. 우디앨런의 영화 중에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가 있어요. 영화가 시작하며 파리의 정경과 부드러운 재즈음악이 흘러나오는데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파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요.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보신 적 없다면 주말에 꼭 한번 보세요.
<미드나잇 인 파리>는 기본적으로 골든에이지 신드롬(Golden Age Syndrome)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골든에이지 신드롬(Golden Age Syndrome)이란 과거를 미화하고 장점만 극대화해서 기억하는 현상입니다. 과거나 늘 현재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젊은 시절뿐만 아니라 과거의 문화, 시대를 이상화하기도 하죠. <미드나잇 인 파리>의 남자주인공은 2010년대에 살면서 1920년대의 낭만을 그리워하는 사람입니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것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뭔지 아시나요? 부산 카페 투어 여섯 번째 장소인 굿올데이즈는 그런 아름다운 과거의 기억들을 모아놓은 공간 같아요.
좋았던 시간들, 굿올데이즈
주소 : 부산 중구 중앙대로41번길 5 굿올데이즈카페
카페 인스타그램 : 굿올’데이즈(@goodoldays_cafe)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호텔 인스타그램 : 굿올’데이즈(@goodoldays_hotel)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한 건물에 카페와 호텔이 있습니다
달콤한 커피와 디저트
입구에서부터 버터의 고소한 향이 정신을 혼미하게 합니다. 버터와 설탕, 커피의 향은 사람을 참 배부르고 느긋하게 만드네요. 커피는 에스프레소 배리에이션 음료인데, 크림을 넣은 달고 묵직한 음료들을 시그니처로 내세웠네요. 쁘띠꾸숑은 초콜릿과 딸기, 크림의 조합입니다. 시그니처 음료들은 크림이 들어간 디저트 같은 음료들이네요.
기본 에스프레소 메뉴와 티 음료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커피보다 디저트에 좀 더 많이 신경 쓴 것 같아다. 다양한 종류의 구움 과자류가 준비되어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만한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네요.
-휘낭시에는 플레인/ 솔티초코/황치즈/ 애플크럼블 /무화과 /크림치즈 맛이 있습니다. 무화과 휘낭시에를 먹었는데 단맛과 묵직한 버터맛의 밸런스가 좋아요. 구워진 무화과는 쫀득하니 식감이 좋았고 커피보다 홍차와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마들렌은 더블바닐라/ 얼그레이/ 밤 맛이 있는데, 비주얼들이 다 화려해요. 카페 인스타그램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타르트는 에그타르트/딸기 타르트/ 피칸타르트가 있는데, 에그 타르트가 아주 맛있습니다. 지인의 말로는 홍콩에서 먹은 원조 에그타르트만큼 맛있다고 하던데요. 바삭한 파이지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계란 커스터드가 입안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에그타르트는 아메리카노와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쿠키는 레드벨벳/ 크림치즈/ 르뱅/ 솔티캐러멜 맛이 있는데 두툼하고 부드러워 보였어요.
-생크림 스콘이 있는데 호텔에 숙박하면 아침 조식으로 스콘과 잼을 준다고 하시네요.
-이밖에도 바스크 치즈 케이크, 딸기 티라미수 등 다양한 디저트가 많아서 디저트만 구매하기에도 괜찮은 카페인 것 같습니다.
추억과 낭만 가득한 1층 카페
추억이라는 키워드와 어울리는 소품들이 가득합니다. 부산 정경을 찍은 엽서들을 보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요. 엽서와 연필, 도장 같은 것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더합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엽서를 보내주고 싶었는데 주소를 몰라서요. 요즘은 바로바로 연락이 가능하니까 친구들의 집주소를 알 필요가 없잖아요.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낭만을 위해서 미리 주소를 슬쩍 알아오는 것도 좋겠어요.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엽서를 받으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엽서 보내기나 연필, 꽃 같은 소품들은 ‘추억’이라는 컨셉 아래 통일성이 있어서 공간을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1층과 2층은 카페 공간인데 2층은 호텔 라운지 같은 느낌에 미팅룸이 있습니다. 좀 더 차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베이지와 나무색 조합에 군데군데 푸른색 의자와 나무, 오렌지색 조명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색의 톤이 비슷해서 안정감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인테리어예요. 감각적인 디자인입니다.
3,4,5층은 객실입니다
이곳 객실에 꼭 묵어보고 싶네요.
다음에 부산에 온다면 굿올데이즈와 경성 여관에서 묵어야겠어요.
루프탑 전경,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날이 좋았어요.
멀리 보이는 건 용두산 공원의 다이아몬드 타워
굿올데이즈를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어요.
함께 한 추억이 관계를 지탱해 주는구나...
함께 한 즐거운 기억들이 관계가 흔들릴 때도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약속들이 되는 거네요.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지는 모르겠어요. 이 공간에서 보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달콤한 디저트에 행복한 사람들을 보고, 2층에 걸린 '부부가 나란히 바다를 보는 사진'을 봐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굿올데이즈에 꼭 다시 올 거예요. 친구들과 함께 놀러 오면 다들 좋아할 것 같아요. 늘 만나는 친구가 두 명 있어요.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만나면서 어느새 가족 같은 친구들이 되었죠. 그 친구들과 깔끔한 방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나 커피와 디저트로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는 걸 상상해 봤어요.
스콘을 좋아하는 친구는 아침 조식에 갓 구운 생크림 스콘을 먹을 수 있다고 하면 기뻐할 것 같고요. 요즘 퇴사를 고민하는 친구에게는 이곳의 달콤한 냄새와 편안한 분위기가 위로가 될 것 같아요. 단순히 하룻밤 자고 가는 것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달콤하고 고소한 디저트의 냄새와 향긋한 커피, 편안한 공간이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오고 싶은 공간입니다.
카카오맵으로 카페투어 리스트를 정리했어요. 여행 가실 때 참고하세요~
https://map.kakao.com/?target=other&folderid=9736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