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mouth strikes Again>-The Smiths
요즘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매일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면서 잠든다. 거대한 로봇들이 싸우고 건물과 차가 폭발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면서 잠에 드는 게 이상하긴 하다. 그렇지만 현란한 CG나 쾅쾅 터지는 연출은 처음 볼 때나 눈길을 사로잡을 뿐이다. 한두 번만 반복하면 전형적이다 못해 지루한 시간 때우기 영상물이 되어 수면유도에 효과적인 것 같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범블비>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핀오프 격인 작품이다.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전쟁 중 옵티머스 프라임의 지령을 받은 범블비가 지구에 도착한다. 그러나 적의 기습으로 범블비는 음성 장치과 메모리가 고장 난다. 사람으로 치면 기억상실과 실어증에 걸린 셈이다.
이후 영화는 트랜스포머 버전 '내 친구 외계인 ET"같은 진행으로 이어진다. 여자 주인공인 18살 찰리(헤일리 스타인펠드)와 범블비가 우정을 쌓고 적을 물리치는, 전형적인 성장물 스토리에 로봇 액션을 추가한 영화다. 영화 자체는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고 범블비가 꽤 귀엽게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의 배경은 1987년이라는 점이다. 그 덕에 OST 대부분이 80년대에 유행한 록음악이고 주인공인 찰리의 방에도 록밴드의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 있다. 영화 초반에 찰리가 헤드셋을 끼고 양치를 하면서 드럼비트에 맞춰 드럼 치는 시늉을 하는데, 그때 내 귀에 강렬한 기타 리프가 들렸다. 당장 OST를 뒤져 무슨 곡인지 찾아봤는데 더 스미스의 <Bigmouth strikes Again>이었다. 이후 더스미스에 빠져서 그들의 필모그래피는 물론 '록의 역사'를 공부 중이다. 뭔가에 한번 꽂히면 파고드는 버릇 때문이다.
더 스미스는 1983년에 데뷔하여 1987에 해체한 영국의 록밴드이다. 짧은 활동기에 비해 독보적인 스타일로 큰 인기를 끌고 이후 영국 밴드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보컬 모리시와 기타리스트 조니 마의 영향력이 대단했다.
조니 마의 기타는 특유의 '찰랑거리는 사운드'를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곡 재능도 있어 모리시의 작사와 함께 더스미스의 음악을 주도했다. 소개한 <Bigmouth strikes Again>에도 독특한 기타 리프가 곡의 매력을 한층 극대화하기 때문에 이 리프가 빠지면 뭔가 밋밋하게 느껴진다.
모리시는 직접 가사를 썼는데 뭔가 세상에 대한 분노를 뒤틀린 유머와 냉소로 조롱하는 듯한 내용이다. 그의 가사를 두고 한 평론가는 사춘기 감성, 중2병스러운 감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모리시는 오스카 와일드와 제임스 딘을 동경하며 시와 평론을 주로 썼다고 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냉소적인 유머가 제임스 딘의 반항적 기질에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가사를 뜯어보면 신랄하게 풍자하는 스탠딩 코미디언의 농담처럼 느껴진다.
유머에는 공격성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나보다 귄위있거나 강하거나 우월한 사람에게 향하는 공격성이 조롱, 풍자, 냉소라는 이름의 유머가 된다. 스탠딩 코미디언들은 정치인들을 조롱하고 망해가는 경제상황을 풍자하고 위선적인 사람들을 냉소한다. 그들의 신랄한 유머는 '농담'이라는 단어 속에서 정당성을 얻는다. 그래서 나는 블랙코미디가 좋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이 늘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아니어서 차마 뱉지 못하고 씹어 삼키는 말이 많기 때문이다.
어쩐지 작사가인 모리시는 자신은 남들보다 특별하다는 자아도취가 심한 인물인 것 같다. 스스로를 잔다르크에 비유하며 인류 전체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 심각한 중2병 증세가 보인다. 그럼에도 이 가사와 노래에 통쾌함을 느끼는 건 내 무의식 저변에는 그와 같은 공격성이 숨어있기 때문 일 것이다. 입만 살아서 헛소리나 지껄여대고 남들 등쳐먹으면서 사는 수다쟁이들의 이빨을 죄다 털어버리고 침대에 메다꽂고 싶다는 욕망. 그런 부도덕한 상상을 실현에 옮기는 대신 통쾌한 블랙 코미디와 록 음악으로 해소하다니, 아주 건전하니 않은가?
지금 우리 세대에겐 블랙 코미디와 락스피릿이 필요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kejxH7gl_90
<Bigmouth strikes Again>-The Smiths
Sweetness, sweetness I was only joking
자기야, 자기야, 그건 그냥 농담이었어
When I said I'd like to smash every tooth
In your head
네 머리에 이를 모두 부숴버릴 거라고 했던 거 말이야
Sweetness, sweetness I was only joking
자기야, 자기야, 그건 그냥 농담이었어
When I said by rights you should be
Bludgeoned in your bed
자기를 침대에 후드려 패버리겠다고 했던 거 말이야
And now I know how Joan of Arc felt
이제 난 잔다르크의 기분을 알겠어
Now I know how Joan of Arc felt
이제 난 잔다르크의 기분을 알겠어
As the flames rose to her Roman nose
And her walkman started to melt
그녀의 매부리코까지 불꽃이 치솟아 올라
그녀의 워크맨이 녹기 시작했을 때처럼 말이야
Bigmouth
수다쟁이
Bigmouth
수다쟁이
Bigmouth strikes again
수다쟁이가 또 공격하네
And I've got no right to take my place
난 내 입장에 대한 어떤 권리도 없어
To the Human race
인류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