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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pr 29. 2023

숨어서 듣는 명곡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그들의 노래들

 좋아한다고 말하기 꺼림칙한 가수들이 있다. 곡은 분명 좋지만 가수의 인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가 그렇다. 아무리 예술가가 인성파탄이라고 해서 그 작품의 수준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 해도 어쩐지 '용서할 수 없는 선'이라는 게 존재한다. 물론 그 '용서할 수 없는 선'이라는 것은 예술가와 작품의 매력에 따라 휘둘리고 마는 주관적 기준에 불과하단 말이지.


 그러니 오늘 소개하는 가수들은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는 없지만, 가수의 인성 때문에 노래마저 내팽개칠 수는 없는 경계선에 존재하는 음악들이다. 뭐랄까... 완전히 연락을 끊지는 못하고 가끔 인스타그램 염탐을 하는 전남친 같은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도 가끔 이들의 노래를 들으면 좋다. 그렇다고 사람까지 좋다는 뜻은 아니라는 거. 꼭 짚고 넘어가자.


https://www.youtube.com/watch?v=hX5DMSkICtE

1. Senorita -페노메코 (feat. 나플라)

 이 곡은 피처링이 문제라서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페노메코는 죄가 없고, (이러다 나중에 문제 터질까 걱정이다) 피처링의 나플라가 마약에 병역 비리까지 골고루 저질렀다. 대마초를 피우고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도 출근을 한 번도 안 했단다. 그저 한심하고 찌질할 뿐이다.


 그럼에도 다가오는 여름에 어울리는 비트에 찰진 랩핑이 잘 어울려서 좋아하는 곡.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치 바닷가 휴양지에서 파인애플 맛이 진한 피나콜라다나를 마시면서 신나게 파티하는 기분이다. 성실성은 개나 줬지만 랩은 잘하는 나플라는 우울증 타령하지 말고 어디 골방에 처박혀서 음악이나 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0vmlNngqMQ

2. Parachute - sean lennon

 비틀스의 존 레논과 오노 요코 사이에서 태어난 션 레논도 가수로 활동 중이다. 이복형제인 줄리안 레논도 가수로 활동하는 것 보면 피는 못 속인다. 그런데 션 레논은 욱일기를 옹호하지 않나, 인종차별을 하는 등 한국인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인 경력이 있다. 자기 엄마 아빠가 반전 시위 한답시고 침대에서 사진 찍은 건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arachute라는 곡은 낙엽이 길 위에 빼곡히 떨어진 초겨울에 혼자 쓸쓸히 걸을 때마다 찾아 듣게 된다. 묘하게 엔카 느낌이 나는 구슬픈 멜로디에, 가사가 유난히 처절하고 극적이다. 연인과 비행기에서 추락하면서 '나를 끊어내고 당신이라도 살아라. 추락하기 전까지 당신과 함께 한 날들이 즐거웠다'는 내용이다. 링크한 영상은 가사 해석이 있기 때문에 가사와 함께 들어보길 추천한다.


 여러모로 처량하고 절망적인 정서인데 이 곡이 실린 앨범의 뒷이야기가 있다. Sean의 여자친구와 Sean의 친한 친구가 바람이 났는데, 얼마 후 그 친구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 앨범 제목은 Friendly Fire로 아군의 총격이란 뜻이다. 그만큼 친구의 배신에 좌절하는 동시에 소중한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복잡한 정서가 얽혀 작품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YZ6D-IcbPI

3. With you - 휘성

 아... 한때는 휘성을 좋아했다. 그 시절 YG 소속 가수들인 빅마마, 세븐, 휘성, 원타임, 렉시도 좋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YG는 비주류 흑인 음악을 한다는 언더독 이미지였고 소속가수들도 아이돌이라기 보단 아티스트 느낌이 강했었다. 그 시절에는 그랬다.


 휘성의 1집부터 3집까지 테이프를 사서 여러 번 돌려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앨범 전체 다 좋았지만 역시 메가 히트 곡이라면 With you일 것이고 온스테이지에서 밴드 라이브로 부른 버전이 좋아서 추천한다. 전성기 때보다 약간 음이 낮은 것 같지만 더 노련하고 안정적인 보컬이라고 생각한다.


 노력파에다 실력파 보컬로 작사 작곡 실력도 준수하지만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나 평소 심했던 우울증과 불면증 때문인지 불법 프로포폴 투약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약물 중독에 변명거리를 제공하고 싶지는 않지만 팬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숨길 수 없다. 투약한 불법 약물이 다 수면 마취제 종류였던 걸 보면 불면증 때문에 복용하다 중독까지 이른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돌아오란 말은 못하겠고, 건강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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