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afe 9 Room

스타벅스 닉네임이 뭐예요?

얼굴과 닉네임의 상관관계

by 구름조각

스타벅스 진상열전을 썼지만 늘 그렇게 유별난 고객들만 만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평범했고 친절했다. 원래 인간은 좋은 경험보다 나쁜 경험을 더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나쁜 경험에 대한 데이터를 남겨서 예측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따지고 보면 뇌라는 놈이 제멋대로 좋은 사람들 100명 중에 이상하고 뒤틀린 인간 한 두 명을 보고 "인간은 위험한 동물이야."라고 단정 지어 버린다는 것이다.


일종의 밸런스를 맞추자는 취지에서 스타벅스에서 만난 상냥하고 귀여운 고객들도 글로 남겨 놔야겠다. 아직 세상이 그렇게까지 엉망진창은 아니다. 적어도 내 경험상 그렇다.


닉네임과 찰떡!

스타벅스에서는 고객들의 닉네임을 불러주는 경우가 많다. 웃기고 기상천외한 닉네임을 부르다가 웃음이 터지는 파트너들도 많다. 자주 보는 닉네임을 외우게 되면, 어쩐지 내적 친밀감이 더해져 음료에도 더 신경 쓰게 된다. 만약 차이티가 품절이라는 소식이 들리면 '매일 차이티만 드시는 ㅇㅇ고객님은 어쩌나...'하고 안타까워한다. 특이한 커스텀을 주문하는 고객의 닉네임을 외우고 있다가 특별히 더 챙겨주기도 한다.


"늘 캐러멜 드리즐 추가하시던데 오늘은 특별히 더 많이 올렸어요."


마치 큰 비밀이라도 되는 양 소근소근거리며 듬뿍 올린 드리즐과 휘핑크림을 보면서 고객과 함께 웃기도 했다. 바리스타로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인 것이다.


어느 날은 닉네임이 '뽀'인 고객님이 오셨다.


"뽀 고객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네~"

images (4).jpg

뽀랑 똑같이 생긴 고객님 얼굴을 보자마자 의문의 웃참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앟...마씻게..드세욬"

"?"

'어쩜 이렇게 찰떡같은 닉네임을 지으신 거예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기분 나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겨우 참았다.


다른 매장에서 일할 땐 '보라돌이' 고객님도 있었고, '뚜비'고객님도 있었고, '나나'고객님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뽀'만 없어서 아쉬웠다. 근데 여기서 뽀랑 똑같이 생긴 '뽀'고객님을 보니 웃음이 터진 것이다.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가 동시에 불려서 텔레토비 어셈블을 외치는 날이 올까?

dRR0bO-700x510.jpeg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날 저녁에는 닉네임이 빙봉인 고객님이 사이렌 오더로 주문했다.


"빙봉 고객님! 주문하신 음료 드릴게요."

"제거 맞죠? 가져갈게요."


인사이드 아웃에 빙봉을 똑 닮은 빙봉 고객님을 보자마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백 룸으로 도망쳤다. '뽀'에 이어 '빙봉'이라니...... 두 고객님은 모르겠지만 그날 마감 청소가 끝날 때까지 혼자 웃으면서 즐겁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 밖에도 정말 문자 그대로 '말랑콩떡'처럼 귀여운 '말랑콩떡'고객님. 제가 마음속으로 많이 애정했어요.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겠지만 여러분 닉네임 덕에 제가 많이 행복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타벅스 진상열전(5) 코로나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