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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May 30. 2023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

보수동쿨러와 헤서웨이 <월드투어>

 얼마전 보수동쿨러와 헤서웨이의 합동공연에 다녀왔습니다. 두 밴드는 워낙 친해서 함께 공연도 하고, 음반도 발표하고, 가족 사진 컨셉으로 사진도 찍거든요. 인디밴드의 공연을 가본적은 처음인 데다 혼자 공연을 가본 적도 처음이예요.


 음악취향이 같은 사람을 찾는다는 매거진을 연재하지만 좀처럼 취향이 같은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함께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제 취향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주저하다간 정말 소중한 경험을 놓치게 되니까요.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공통점이 있을 겁니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고유한 취향에 집착하거나, 뭔가 어설프고 촌스러운 것들에 마음이 끌리거나, 나와는 너무 다른 세계에 사는 스타가 아니라 닿을 수 있는 친근한 느낌을 선호하는 등의 이유가 있겠죠.


 저는 유행이나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보단 조금 색다른 것을 좋아합니다. 유명한 아이돌이나 전세계적인 팝스타의 노래는 애쓰지 않아도 듣게 되잖아요. 거리에서 가게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니 굳이 찾아들을 필요가 없죠. 진흙 속의 보물을 찾는 것처럼 아무도 모르는 밴드를 찾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게 좋아요. 제가 소개한 아티스트나 노래를 잘 들었다고 말해주면 기쁘고 뿌듯하죠.


 또 너무 세련되거나 완벽한 것들은 불편해요. 티끌하나없이 반질거리는 유리 바닥을 보거나 완벽하게 정돈된 공간에 있으면 숨이 막히지 않나요? 이런 심리를 불완전성 선호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대상이나 결점이 없는 상황에서 불편함과 이질감을 느끼는 것이죠. 약간의 촌스러운 듯한고 어설픈 인디가수들의 앨범이나 뮤직비디오를 보면 사랑스럽고 편안합니다.


 돈 들인 티가 팍팍 나는 세트장에서 나는 평생 입어보지도 못할 명품을 걸치고 모공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메이크업을 한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 나와는 너무 달라서 어색하게 느껴져요. 그들도 멋있지만 난 그런 삶을 살지 않아요. 금목걸이를 매고 수백만원 짜리 운동화나 비싼 스포츠카를 자랑하는 래퍼들도 이상하고요. 그렇게 돈자랑을 하면서 결국에는 마약이나 탈세로 신세를 망치는 꼴을 보면 우스워요. 저는 더이상 그런 사람들을 아티스트라고 부르면서 동경하거나 소비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인디음악은 독립음악(Independent Music)이라고도 불리며 상업음악과는 다른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성있고 자연스러우면서 친근해서 인디 음악 좋아한다고 하지만 정말 '노래가 좋아서' 인디음악을 들을 때도 많죠. 상업음악은 트렌드에 뒤쳐지면 금새 식상해지지만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디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거든요.

 이번에 공연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정말로 음악이 좋아서, 즐거워서 하는 구나를 느꼈어요. 무대 위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이 밴드가 아주 유명해지면 이렇게 공연을 보고 싸인을 받는 일도 힘들어지겠죠. 유명해지지 않길 바라지만 이미 제 바람과는 상관없이 아주 유명해졌어요. 맥심 모카골드 광고에 보수동쿨러와 헤서웨이의 월드투어라는 곡이 쓰였더군요. 이제 정말 유명해질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다정한 친구가 되는 거야"

 라는 가사처럼, 월드투어를 돌만큼 유명해져도 이렇게 좀 어설프고 사랑스러우면서 친근한 노래를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사인을 받으면서 대화해 봤는데 두 밴드 멤버들 모두 귀엽고 친절한 사람들이었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Q2STyWq5A24

월드투어 -보수동쿨러&헤서웨이

커다란 비행기에
몸을 실어 너 술에 취해
설레는 우린 서로의 귀에
괜한 이야길 늘어놓을래
낯선 기분은 우릴 잠에 들지도 못하게 만들어 왜?
여기가 꿈인지 꿈이 아닌지 아무도 몰래

우릴 기다렸던 사람들 모두 들어줘
(오늘을 위해 밤새워 준비한 유창한 나의 speaking time)
너가 원하던 모든 걸 보여줄 거야
(원하는 걸 내게 말해줘 소리 질러줘 tell me what you want)

커다란 버스 위에
석양을 바라보는 우린 쿨해
아무렇게나 쌓인 배낭 위에 몸을 기대
모래먼지가 우릴 덮쳐도
노상강도가 우릴 막아도
멈출 수 없어 우린 사막을 건너 바달 건너

우릴 기다렸던 사람들 모두 들어줘
(오늘을 위해 밤새워 준비한 유창한 나의 speaking time)
너가 원하던 모든 걸 보여줄 거야
(원하는 걸 내게 말해줘 소리 질러줘 tell me what you want)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다정한 친구가 되는 거야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다정한 친구가 되는 거야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다정한 친구가 되는 거야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다정한 친구가 되는 거야

바달 건너 (친구가 되는 거야)
산을 건너 (친구가 되는 거야)
강을 건너 (친구가 되는 거야)
우줄 건너 (친구가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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