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조각 Jun 08. 2023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대에게

모트가 안내하는 무의식의 세계 <깊은 잠>

 생각이 많다. 누우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이 나를 괴롭힌다. 뜬금없이 떠오르는 별의별 생각들에는 개연성이 없다. 

'인간의 본성은 선한지, 악한지' 

'4차 산업 혁명 이후 인간의 역할을 어떨지' 

'인간의 긴 역사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고도로 발전한 AI에게도 자아가 생길지'

에 대한 쓸모없는 고민을 한다. 


어느새 아침이 밝는다. 햇빛과 함께 이 모든 생각들은 허무하게 사라지고 만다.


 철학과에 갔으면 좋았을 테지만 먹고 살 길이 막막할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도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니 눈 질끈 감고 철학과에 갔어도 좋을뻔 했다. 나같은 사람이 고대 그리스에서 태어났으면 위대한 철학자가 되었을 텐데...아닌가? 그 시대에 여자는 참정권도 없었으니 여자로 태어났다면 철학을 연구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겠지.


 젓가락을 보면 '젓가락을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젓가락이라는 이름은 누가 지은걸까?' 이런게 궁금하다. 또 호기심이 생기면 꼭 찾아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핸드폰을 켜서 검색을 하고야 잘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핸드폰을 키면 유투브 알고리즘에 홀려서 한참을 헤매다가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든다. 난 늘 궁금한게 너무 많고, 관심사가 자꾸 바뀌고, 그 모든 걸 반드시 이해해야만 잊을 수 있는 집요한 성격이다.


 사람을 봐도 그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그의 무의식 깊은 곳에 숨은 욕망과 그림자 인격이 궁금하다. 그가 간절히 원하는 소망이 뭔지, 그의 깊은 심리적 결핍이 뭔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세계관을 가지는지 알고 싶다. 누군가 사랑의 반대말을 무관심이라고 하더라. 그는 사랑을 관심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나에게는 사랑의 반대말은 오해이다. 그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이 나의 사랑방식이다.  


 쓸데없는 정보를 머릿속에 가득 채워놓았더니 자기들끼리 여기저기 굴러다니면서 갖가지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글을 쓰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다. 머리속 생각의 실타래 하나를 꺼내 종이 위에 옮겨놓으면 저절로 만년필이 움직여진다. 그렇게 종이에 쓰던 것을 노트북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괴로운 건 번뜩 스쳐간 아이디어들이 스스로 머릿속에서 자라서 몸집을 부풀릴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때겠지. 그래서 전문 직업으로 글을 쓰는 건 버거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무의식 깊은 곳에는 무엇이 있길래 세상에 이 많은 것들을 궁금해하는 걸까?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이 하늘 위를 유영하는 구름조각 같아서 필명이 구름조각이 되었다.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구름조각들은 가끔 비를 내리게도 하고 번개를 치기도 한다. 그런데 단 한번도 구름 한점 없이 맑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 글을 몇편쯤 쓰면 맑은 하늘을 보게 될까? 지금도 생각의 구름 한 조각이 머릿속을 떠다니고 있다. 언제 비가 되어 내려오려나, 눈이 될때쯤에나 사라지려나. 어느 쪽이든 때가 되면 내려오겠지. 난 그 생각들을 죽일 수 없으니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둘 뿐이다.


 누워서 가만히 머릿속에 오고가는 생각들을 하나 붙잡았다. 옳지, 내일은 너로 글을 써야겠다. 글 생산은 나를 살게 한다. 생각을 멈출수 없다면 그것이 말이 되게 하고 글이 되게 하자. 아직 글이 되지 못한 생각들은 조금 미뤄둔다. 아직은 나올 때가 아닐테니. 적당한 때가 되면 다시 떠오를 것이다. 


 선과 악도 하나의 몸이 되고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우리의 영혼이 두둥실 떠올라 우주로 가는 환상을 본다. 이 무거운 현실의 한계는 너무 답답해서 도망가고 싶다. 자유로워 지고 싶다. 그런데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건지 모른다. 나의 육체인가 나의 자아인가. 이 현실은 환영인가 아니면 그저 화학물질들이 물리적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 뿐인가? 나는 왜 이곳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모트의 깊은 잠의 온스테이지 버전은 음원에 비해 블루지한 기타와 느린 편곡이 곡의 느낌을 더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잠이 안 오는 새벽에 조용히 들어보세요. 혼자 상념에 빠진 새벽에 이 곡이 친구가 되어줄 거예요.

https://www.youtube.com/watch?v=TcUYr4iokTg

<깊은잠>-모트

Hi there 

밖은 시끄러운 망치 소리로 가득 차가네 

밤새 창문을 열어둔 채로 잠들었나 봐 

순간 나 다른 세계에 와버린 걸까 

잠시 멍때리다가 다시 잠드네 


Fall into a deep sleep 

Fall into a deep sleep deep sleep 

무의식으로 가득 찬 곳이지 

여긴 더 깊이 깊이 

Fall into a deep sleep deep sleep 

선과 악조차 친해질 수 있는 여기 

더 깊이 깊이 더 깊이 깊이 깊이 


잠깐 내 몸이 움직이질 않아 

너무 깊이 빠져들었었나 봐 

꿈은 허공을 달리고 현실도 그 속을 달리고 싶은가 봐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Fall into a deep sleep deep sleep 

Fall into a deep sleep deep sleep 


Bye there 

밖은 시끄러운 바람 소리로 가득 차가네 

밤새 창문을 열어둔 채로 잠들었나 봐 

순간 나 다른 세계에 와버린 걸까 

잠시 멍때리다가 잠시 멍때리다가 

Fall into a deep sleep deep sleep 

무의식으로 가득 찬 곳이지 

여긴 더 깊이 깊이 

Fall into a deep sleep deep sleep 

선과 악조차 친해질 수 있는 여기 

더 깊이 깊이 더 깊이 깊이 

깊이 더 깊이 깊이 깊이

매거진의 이전글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