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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ug 03. 2023

고양이와 헤어지는 중입니다. (1)

첫 만남

#1

우리 집 고양이 고진숙 씨(여, 14세)

진숙이와 첫 만남은 나와 우리 가족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2

19살이던 2019년 어느 날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뭔가를 애타게 찾으며 침대 아래쪽과 옷장 안을 뒤지고 있었다.


“진숙아! 진숙아?”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꿈에서 깼지만 도무지 진숙이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사람을 찾는 것이라면 침대 아래쪽이나 옷장을 보지는 않겠지만 꿈속의 난 온 집안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있었다.


#3

이상한 꿈을 꾸고 며칠 후 오전 6시 30분쯤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늘 등교시간 보다 일찍 학교에 가면 조용한 교실과 서늘한 공기가 좋았다. 터덜터덜 내 발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적막함. 문득 횡단보도의 신호를 확인하려 시선을 던졌을 때, 인도 한 복판에 잔뜩 몸을 웅크린 고양이가 보였다. 나는 고양이를 봤고 고양이도 나를 봤다.


“애—옹”


길게 이어진 가냘픈 울음소리가 적막한 도로 위에 울렸다. 그 울음소리를 듣는 순간 번뜩 이상한 꿈이 떠올랐다.


‘내가 찾던 진숙이가 너구나……‘


진숙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진숙이는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내 쪽으로 절뚝절뚝 걸어왔다. 왼쪽 뒷다리에서 피와 고름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친 다리를 끌면서도 진숙이는 망설임 없이 나에게 다가와 다리에 얼굴을 비볐다. 보드라운 털이 발목 어딘가를 간질이고 털 아래 체온이 전해지자 어쩐지 전율이 이는 것이 느껴졌다.


“애—옹”


진숙이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다시 한번 길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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