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동물병원
#4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다친 고양이를 감싸 안고 학교로 갔다. 매점에서 종이상자를 가져와 진숙이를 넣어 놓고 나서야 고양이와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스스로의 대책 없음에 아득해진 사이 친구들이 한 명씩 등교하기 시작했다. 작은 고양이의 소식은 삽시간에 학교에 퍼졌다.
“어쩌려고 데려온겨?” 반장이 물었다.
“몰라. 나도 뒷일은 생각 안 하고 일단 데려왔어.”
“너도 너다……일단 택시 타고 24시간 동물병원 가자. 담임한테는 내가 대충 둘러댈게.”
외출증도 받지 않은 여고생 2명은 고양이 상자를 끌어안고 몰래 학교를 빠져나갔다.
#5
24시간 동물 병원은 굳게 닫혀 있었다. 24시간이란 뜻은 하루종일 문이 열려 있다는 뜻이 아니었나? 간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하니 잠에 취한 목소리와 어눌한 말투의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응급환자가 있어서요. 새끼 고양이가 다리를 다쳐서 피도 나고……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잠시만요. 제가 지금 일어나서 금방 갈세요.”
잠시 후 뒷머리가 까치집처럼 헝클어진 남자가 티셔츠를 바지에 대충 찔러 넣고 삼선 슬리퍼를 신은 맨발로 허둥지둥 달려왔다. 열쇠로 동물병원의 문을 열고 불을 환하게 키고 수술실에 들어가 가운을 걸쳤다. 그는 별말 없이 진숙이를 수술대에 올리고 여기저기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 이거 심각한데요? 수술해도 고양이가 못 걸을 수도 있겠어요.”
“그렇게 심각해요?”
“사람 팔로 치면 허벅지만큼 부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세상에……뭐 때문에 그렇게 다친 것 같아요? “
“날카로운 못 같은 걸로 관통당한 상처 같아요.”
“관통상이요?”
#6
진숙이를 발견한 길 근처에는 작은 공장들과 건설현장이 있었다. 진숙이가 건설 현장에서 놀다가 우연히 다리에 못이 관통했을 거라고 상상하긴 힘들었다. 못을 쏘는 총, 네일건의 이미지가 잠시 떠올랐지만 끔찍한 상상은 애써 지우려 했다.
그런데 수술비는 어쩌지?
모아 놓은 용돈은 10만 원 남짓. 30만 원이 넘는 수술비를 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망설이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책 없이 고양이를 거두고, 학교에서 무단으로 외출했다. 어쩌면 혼나는 게 마땅한 행동일지도 몰랐다. 전화를 받은 엄마에게 횡설수설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내가 고양이를 데려왔는데, 지금 병원에 왔어, 많이 다쳐가지고, 어디 다쳤냐고? 다리에 못 같은 걸로 관통당했대. 수술해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서……엄마가 수술비 좀 내주면 안 돼?”
“엄마가 지금 동물병원 갈 테니까 너는 학교로 가.”
“아, 응. 고마워 엄마!”
다시 학교로 돌아가니 우리 반은 물론 옆반까지 고양이 이야기로 떠들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