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에서 기사, 소설 쓰기

글쓰기의 즐거움에 관하여

by 구름조각

2025년 11월에 첫 책이 나왔습니다.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시리즈로 내놓는 인공지능 총서에 저자로 참여하게 됐거든요. ‘감성 AI산업‘이란 제목으로 인간과 친밀감을 나누는 인공지능 서비스와 기술,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책을 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두 번째 책과 세 번째 책을 동시에 쓰고 있어요. 두 번째 책은 ’감성 AI산업‘의 내용을 좀 더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낸 것이고, 세 번째 책은 소설입니다.

소설은 제 작은 재능으로 어떤 글까지 쓸 수 있을지 스스로 시험해 보는 일입니다. 글쓰기에는 장르와 목적마다 다른 접근법이 있으니까요. 혹자는 글쓰기를 화살 쏘기에 비유하더군요. 과녁(독자)을 향해 정확하게 화살(메시지)을 쏘는 일이랍니다. 그렇다면 에세이, 기사, 칼럼, 소설은 전부 다른 방식의 활쏘기인 셈이죠. 제가 글쓰기 여정을 돌아보면 나름의 방식으로 화살을 쏘아댔던 것 같습니다. 무작정 많이 쏘던 시기가 있었고, 그 후에 과녁을 조금씩 멀리 두면서 화살을 쏘았죠.

브런치라는 블로그 플랫폼에서 글을 쓰다가 기자가 된 것이 꼭 멀리 있는 과녁에 화살을 쏘는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서 서로 교감하던 것이 언론과 독자가 되면 꽤나 멀게 느껴지거든요. 제 이름으로 책 한 권을 집필한 것은 더 크고 튼튼한 활로 화살을 쏜 것에 비유할 수 있겠네요. 팔 힘을 기르듯, 짧은 기사를 쓰던 것에서 긴 호흡을 책을 한 권 써냈으니까요. 그럼 이제 소설 쓰기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먼 과녁을 겨냥해 더 튼튼한 활로 시위를 당겨 과녁의 한가운데를 노리는 겁니다. 독자의 마음에 평생 뺄 수 없는 화살을 깊숙이 박아 넣는 거죠. 한번 읽으면 절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작품을 쓰려합니다. 이는 동시에 저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문학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작가가 설계한 정교한 세계관에서 독자들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경험 자체가 문학을 비롯한 모든 내러티브의 존재 이유죠. 결국 인간은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고, 읽고, 상상하는 것일 테죠.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글로 쓰면 읽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 각자 의미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저의 인생 또한 하나의 내러티브가 되어 읽는 이들에게 각자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겠죠.


■29살, 자아를 팔기 시작하다

2021년 4월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29살, 무직 백수였습니다. 2017년 대학을 졸업한 후 호기롭게 떠났던 독일에서 우울증을 겪고 돌아와 오랫동안 방황하던 때였죠. 심리상담을 받고 몸과 마음 건강을 회복하고 나니 훌쩍 20대 후반이 되었답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갈피를 못 잡고 있었습니다. 학벌도, 재주도,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인생이었죠.

그러다가 문득 어떤 작가가 "작가는 자신의 자아를 팔아먹고사는 직업"이라고 말했던 게 생각났거든요. 난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으니 자아라도 팔아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브런치 작가 심사를 신청했습니다. 제가 우울증을 극복하며 썼던 글을 샘플로 보여줬어요. 곧 작가로 선정됐고 그날 이후 매일 1편씩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재밌었지만,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하트를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게 좋았어요. 그렇게 한 달 반쯤 꾸준히 글을 썼을 때 '난 이런 삶을 살고 싶었구나' 깨달았습니다. 내 글로 세상과 소통하는 삶. 겪어보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바라던 삶'. 이것이 인생의 역설(Paradox)중 하나였습니다. 직접 그 삶을 살아보기 전에는 미처 꿈꾸지도 못하는 미래가 있죠.

그 후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기'가 인생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처음엔 네이버 블로그, 방송, 포스팅 아르바이트 같은 것을 했어요. 큰 수입을 벌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를 하면서 150만 원 정도 벌면서, 남은 시간에 브런치 글을 연재했어요. 스타벅스에서 만난 진상 손님들 이야기, 프로모션 정보, 신메뉴 영양성분 분석 같은 글들이 제법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브런치 글로는 돈을 벌지 못했죠. 바리스타 일은 재밌었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31살, 인생의 승부수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젠 승부를 봐야 한다.

마침내 2023년 중대한 결정을 내렸어요. 돌이켜보면 이 시기는 제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인 1년이었습니다. 4월 스타벅스를 퇴사하고, 5월 대구에서 커피 로스팅 자격증을 땄어요. 뭐라도 공부를 해보면 돌파구가 생길 것 같아서요. 6월 식품 기업인 한성기업이 후원하는 국비지원 디지털 마케팅 교육에 신청했어요. 짐가방 하나 들고 덜렁 상경했습니다. 구로디지털역 근처 고시원에서 살았어요. 교육은 7월에서 8월 말, 가장 더운 여름에 진행됐습니다. 에어컨도 없는 고시원에서 맨 몸에 젖은 수건을 덮고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며 자던 날이 떠오르네요. 더위를 피해 스타벅스에서 글을 쓰던 날도 브런치에 남아있습니다.

하루 8시간 각종 마케팅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콘텐츠, 퍼포먼스, 고객관리 등 마케팅 전반에 대해 배웠고 매번 실습과 과제가 이어졌습니다. 운이 좋게도 교육 마지막 최종 프로젝트에서 1등 하기도 했고, 이때 만든 포트폴리오로 취업도 했습니다. 10월 추석 연휴가 지난 뒤, AI로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첫 출근을 했습니다.

막상 '브랜드 매니저'라는 직함을 달고 일을 시작했는데, 적성에 맞지 않더라고요. 당시 대표님이 언론인 출신이었는데 지나가는 말로 저에게 "너 기자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때마침 인공지능 전문 매체에 공고가 났고 지원을 했습니다. 서류와 면접 바로 통과하고 AI타임스에서 기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기자가 되고서야, 드디어 맞는 직업을 찾았다고 확신한 때가 2023년 12월입니다. 1년 동안 창원에서 대구, 서울로 옮긴 끝에 망원동 반지하방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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