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저녁은 직장인과 같다

[연재_에세이 소설] 백수의 철학_노을이 지는 카페에 앉아

by 하늘바다시인


카페 창밖은 어제 모습 그대로다. 카페 안도 그대로이다. 다만, 어제 앉아 있던 사람과 지금 앉아 있는 사람이 다를 뿐이다. 나는 어제처럼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창밖이 보이는 구석 자리. 창밖은 조금씩 어두운 공기를 머금고 있다.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오는 40대 아주머니가 보인다. 그 옆으로 택배차가 느린듯하지만 날랜 짐승처럼 지나간다. 저녁은 그렇게 오고 있다.


백수의 저녁은 늘 똑같다. 나는 백수이지만 남들과 비슷한 저녁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을 때도 캄캄한 밤이 오기 전에 집에 들어간다. 퇴근하는 직장인처럼. 매번은 아니지만 백수의 퇴근 시간은 직장을 다니는 그들과 같다. 물론, 야근을 하는 이들은 회사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한 일을 할 것이다.


그들이 백수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프리랜서, 취업준비생, 휴가를 낸 직장인, 대학생일지도 모른다.

평일 오후에 백수인 나처럼 커피숍에 앉아 노트북을 켜서 무슨 일을 하고 있거나, 책을 읽거나, 다이어리를 적는 이들이 있다. 동네 커피숍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그들이 백수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프리랜서, 취업준비생, 휴가를 낸 직장인, 대학생일지도 모른다. 그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는 백수입니다. 당신은 무엇인가요?”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내 직업에 관심이 없다. 카페 사장님은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물어보지 않는다. 내게 “무슨 일을 하나요?”라고 물었을 때 내 직업이 프리랜서나 사업가라면 다행이지만, 백수나 취업준비생이라면 상대에게 실례가 되는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세상은 백수에게 관대하지 않다. 백수를 게으르거나 무능력자로 치부하는 게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상대를 평가하는 기준 중 외모, 직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여자라면, 백수인 남자 친구는 질색일 것이다. 백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책임지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 백수가 여자 친구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백수가 되면서 애인이 없다. ‘없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사귈 수 없다’라는 마음이 여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만든다. 그 여자들이 나를 게으른 사람으로 생각할까 봐 접근할 수 없다. 백수도 일말의 자존심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자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의 저녁처럼 백수도 생각하는 것은 똑같다. 사랑을 하고, 만나고, 즐거운 일을 공유하고 싶다.


일반인의 저녁처럼 백수도 생각하는 것은 똑같다. 사랑을 하고, 만나고, 즐거운 일을 공유하고 싶다.

어둠이 온 세상을 뒤덮기 전에, 백수는 카페 밖으로 나간다. 남들은 내가 백수인 것을 모른다. 하지만, 백수는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집에 들어갈 수는 없다. 세상은 낮과 밤을 구분 짓는 태양처럼 모든 것을 규정해서 생각한다. “안녕히 계세요.” 백수는 이렇게 카페 사장에게 말하고 카페를 나간다. “안녕하세요.”는 내일 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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