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결혼이 어려운 이유에 대한 단상
2015년 역대 최고가 미술품 거래 소식이 해외에서 전해졌습니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그림 ‘언제 결혼하니?(Nafea Faa Ipoipo: When Will You Marry?)’가 약 3억 달러(약 3272억 원)에 팔린 것입니다. 고갱의 1892년 유화 ‘언제 결혼하니?’는 타히티 원주민 여인 2명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그림 속 뒤 여인이 앞 여인을 흘겨보면서 쟤는 언제 결혼할까?라는 핀잔을 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스위스 개인 소장자인 루돌프 슈테린이 중동 카타르 왕가에 이 작품을 팔았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을 대중도 직접 관람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 바젤 미술관이 반세기 가까이 대여해 전시 중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폴 고갱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언제 결혼하니?’가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제 개인적인 답을 말해보겠습니다. 국내에서는 나이가 서른 살이 넘으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언제 결혼하니?’ 일 것입니다. 이 말 때문에 명절을 기피하는 30대가 수두룩할 정도입니다. 이건 해외도 예외가 아닙니다. 외국 영화에서도 나이 드신 분들은 결혼이 인생의 중요한 사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폴 고갱의 그림 제목을 봤듯이 인류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랬으며, 미래에도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영혼 불멸의 주제인 ‘사랑’이 ‘결혼’이라는 제도로 완성되는 게 사회의 통념이기 때문입니다. 즉, 거장의 손에 탄생했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가치를 지닌 인류의 주제를 그린 작품이 ‘언제 결혼하니?’입니다.
‘결혼’을 위해 상대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한 일은 과거보다 현재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인류 문명이 발전이 되고,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배우자를 선택해야 하는 폭이 좁았습니다. 자신의 동네나 근처에 사는 이, 지인 소개 등을 통해서만 배우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해남 땅끝에서만 살았던 총각이 서울 종로에 사는 처녀를 만나기란 가뭄에 콩 나듯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울타리 안에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도 빨랐을 것이며, 배우자의 기준점은 가족이나 옆집에 사는 이웃이 전부였을 것입니다. 메뉴가 단순하면 주문도 빨라지는 법입니다. 누구나 메뉴가 2~3가지인 식당에 가면 선택하는 시간이 빨라지지만, 100가지 이상의 식당에 가면 생각도 많아지고 선택도 느려집니다. 물론,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좁아서 선택을 포기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결혼’ 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비교’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 적령기 남녀에게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인 문제’ 등이 항상 우위를 차지합니다. 어찌 보면, 이런 문제도 ‘비교’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남과 결혼식을 비교하게 되며, 혼수를 비교하며, 신혼집 등을 비교합니다. 자신이 가진 자산과 남의 자산을 비교하면 할수록 결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접게 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 정도도 되지 않는데, 지금 결혼을 생각하기란 무리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비교는 점점 ‘포기’라는 단어를 생성합니다. 자신의 기준이 아닌 남의 기준으로 보게 되고, 자신이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결혼을 하지 않는 사연은 다양할 것입니다. ‘비교’라는 이유가 아닌 말 못 할 수 없는 까닭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이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가 자신의 기준이 아닌 남의 기준에서 생각하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솔직히 이런 말을 하는 제 자신도 ‘결혼’이 쉽지 않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만, ‘언제 결혼하니?’라는 질문이 인류에게 중요한 말 중 하나가 된 의미를 되새겨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