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나이가 들수록 연락하지 못한 이유
오랜만에 그 형들을 만났습니다. 사업 초기에 우연히 같은 동네에 사무실이 있다는 계기로 이 형들을 자주 봤습니다. 둘 다 직접 만난 게 아니라 지인이나 직원을 통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두 형을 서로에게 소개했습니다. 이 형들이 운영하는 회사 사무실이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게 둘을 이어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때는 종종 같이 운동도 하고, 술도 마셨습니다. 셋 모두 힘겹게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 맞았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2~3년이라는 세월이 흐리고 각자 새로운 길을 선택했습니다. 모두 다른 동네로 사무실도 이전했죠. 자연스럽게 자주 만날 수 없게 됐습니다. 형들은 더욱 끈끈한 사이가 됐지만 저는 더욱 형들과 더욱 멀어졌습니다.
저는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형들에게 연락하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형들은 저와 비교해 나름대로 건실하게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형들도 힘든 부분도 있었겠죠. 하지만 제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한 형들에게 연락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 형들 이외에도 사업을 하는 다른 지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락하고 만나는 게 아주 쉬운 일이지만 제가 연락하는 행위가 그들에게 부탁 같은 행위로 비치는 게 아닐까라고 조심스러웠습니다. 또한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비생산적인 만남이 사업에 방해가 되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제가 바쁜 사업가들을 만나 사업과 상관없는 말만 한다면, 그들의 시간을 낭비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차츰 나이가 들면서,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워집니다.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들은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지만,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만남이나 연락에 조심스러워집니다. 제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자리에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서로 간의 이익을 떠나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이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라는 것을 겪으면서 제 행위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것들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게 좋지 않지만, 사업적인 제 성과가 미미하면서 더욱 위축이 됐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그 형들과 흥겹게 놀았습니다. 예전보다 더 세련되고 멋진 사무실을 가진 한 형의 사무실에 모여 그때 그 이야기도 하고, 근황도 주고받았습니다. 늘 그랬듯 말도 안 되는 농담은 대화의 필수입니다. 셋은 맥주도 한 잔 마셨으며, 노래도 불렀습니다. 다리가 아플 정도로 춤도 췄습니다.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때는 한 공간에서 땀을 흘리며 즐겁게 춤을 췄습니다. 90년대 국내 가요부터, 팝, 댄스, 힙합 등 장르를 가르지 않고 흥의 끝을 향해 달렸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댄스곡인 마크 론슨(Mark Ronson)의 업타운 펑크(Uptown Funk)는 두 번이나 틀었죠.
형들과 헤어지고 택시를 타고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옛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그 형들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알고 보면, 6~7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 형들은 어엿한 사업가가 됐으며, 저는 10년간 운영한 사업체를 팔고 반백수가 됐지만 모두 나이만 조금 더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강변북로 옆에 줄지어 지어진 집들에서 불들이 깜빡이고, 저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