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공무원 준비했던 친구는 감감무소식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그 친구와 연락이 끊긴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고등학생을 보다가, 농구를 하는 청소년들을 보다가, 때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그 친구가 생각이 납니다. 10년 전, 그는 공무원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며 휴대폰도 정지시켰으며, 싸이월드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락이 끊겼죠. 저도 한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 사회에 막 발을 내디딘 제 일상도 바빴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그에게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은 없었고,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도 오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제 휴대폰에 남아있는 그의 옛 연락처에 전화를 했더니,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친구와 저는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유심히 보면, 여느 소년처럼 수줍은 친구였죠. 그와 저는 단짝이었습니다. 우리는 PC방에서 게임도 하고, 농구도 했으며, 미팅도 함께 했습니다. 시골에서 유학을 와 혼자 자취했던 저는 그 친구 집에 가서 잠을 자기도 했으며, 밥도 자주 먹었습니다. 친구 어머니는 혼자 사는 제게 많이 먹으라며 늘 밥을 두 그릇씩 주곤 했습니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어머니는 주부였습니다. 남동생도 한 명 있었죠. 친구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노래방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가 소일거리로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노래방에서 저희는 2시간가량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는 몇 년 동안 그 친구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친구 이름을 검색했죠. 그러나 그 친구 계정으로 보이는 인물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추억이 돼버린 싸이월드에도 다시 들어가 봤습니다. 몇 년간 그가 접속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가 있는 목포시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도 그를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역시나 소식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예전에 놀러 갔던 그 친구 집에 직접 가보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친구가 사는 아파트 이름만 기억이 나고, 몇 동 몇 호에 사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친구 말고도 연락이 안 되는 친구가 많습니다. 대학 시절에 제 휴대폰이 물에 빠지면서 모든 연락처가 지워졌습니다. 그 이후, 네이트온으로 연락을 하고 지낸 친구 몇 명만 연락처를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목포가 고향이 아니기 때문에 졸업 후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극히 드물었죠. 지금 길을 가다가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만나더라도 기억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앳된 얼굴에 안경을 꼈던 소년은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다른 친구들도 많이 변했을 것입니다. 예전에 길을 가다가 고등학교 여자 동창생을 우연히 본 적이 있었습니다. 몰라보게 예뻐진 그녀의 모습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끔 저는 그 친구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제 이름 석자만 SNS에 검색해보면 금방 저를 찾을 수 있는데, 연락이 없다는 것에 말입니다. 그러다가 그가 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를 찾지 않아야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몸 건강히 지내길 빌며,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리라 소원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 친구를 생각하면 이제는 겁이 납니다. 혹시나 잘못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잠 못 들 게 합니다. 오늘도 무심코 그 친구 이름을 SNS에 검색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