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바다시인 Jul 16. 2021

10년간 연락이 끊긴 공시생 그 친구는 어디에?

[감성에세이] 공무원 준비했던 친구는 감감무소식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그 친구와 연락이 끊긴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고등학생을 보다가, 농구를 하는 청소년들을 보다가, 때론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그 친구가 생각이 납니다. 10년 전, 그는 공무원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며 휴대폰도 정지시켰으며, 싸이월드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락이 끊겼죠. 저도 한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 사회에 막 발을 내디딘 제 일상도 바빴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그에게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은 없었고,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도 오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제 휴대폰에 남아있는 그의 옛 연락처에 전화를 했더니,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친구와 저는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유심히 보면, 여느 소년처럼 수줍은 친구였죠. 그와 저는 단짝이었습니다. 우리는 PC방에서 게임도 하고, 농구도 했으며, 미팅도 함께 했습니다. 시골에서 유학을  혼자 자취했던 저는  친구 집에 가서 잠을 자기도 했으며, 밥도 자주 먹었습니다. 친구 어머니는 혼자 사는 제게 많이 먹으라며  밥을  그릇씩 주곤 했습니다.  친구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었고, 어머니는 주부였습니다. 남동생도   있었죠. 친구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것은 노래방이었던  같습니다. 어머니가 소일거리로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노래방에서 저희는 2시간가량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진. 플리커

   

저는 몇 년 동안 그 친구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친구 이름을 검색했죠. 그러나 그 친구 계정으로 보이는 인물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추억이 돼버린 싸이월드에도 다시 들어가 봤습니다. 몇 년간 그가 접속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가 있는 목포시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도 그를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역시나 소식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예전에 놀러 갔던 그 친구 집에 직접 가보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친구가 사는 아파트 이름만 기억이 나고, 몇 동 몇 호에 사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친구 말고도 연락이 안 되는 친구가 많습니다. 대학 시절에 제 휴대폰이 물에 빠지면서 모든 연락처가 지워졌습니다. 그 이후, 네이트온으로 연락을 하고 지낸 친구 몇 명만 연락처를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목포가 고향이 아니기 때문에 졸업 후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극히 드물었죠. 지금 길을 가다가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만나더라도 기억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앳된 얼굴에 안경을 꼈던 소년은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다른 친구들도 많이 변했을 것입니다. 예전에 길을 가다가 고등학교 여자 동창생을 우연히 본 적이 있었습니다. 몰라보게 예뻐진 그녀의 모습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끔 저는 그 친구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제 이름 석자만 SNS에 검색해보면 금방 저를 찾을 수 있는데, 연락이 없다는 것에 말입니다. 그러다가 그가 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를 찾지 않아야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몸 건강히 지내길 빌며,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리라 소원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 친구를 생각하면 이제는 겁이 납니다. 혹시나 잘못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잠 못 들 게 합니다. 오늘도 무심코 그 친구 이름을 SNS에 검색해봤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를 그만두려는 친구에게 ‘꼰대’ 같은 말을 하려다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