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바다시인 Jul 22. 2021

추석 선물로 참치캔 3개를 직원에게 줬던 스타트업 대표

[감성에세이] 호의와 오해

“사업 초기였어요. 추석이 됐는데, 직원들에게 선물을 사줄 돈이 없었죠. 그때 마침, 대기업에서 창업가들에게 참치캔 선물 세트를 선물로 줬어요. 저도 받았죠. 그래서 저는 자취하는 직원들(창업 멤버)에게 참치캔 3개씩을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서 추석 선물로 건넸죠. 그런데 한 직원이 화를 내며 비닐봉지를 땅바닥에 내팽개쳤어요.”      


4년여간 저는 스타트업 대표자들 인터뷰 기사를 여러 곳에 연재했었습니다. 그중 IT스타트업 A대표의 참치캔 선물 이야기가 명절이 될 때마다 떠오릅니다. 참치캔이라도 추석 선물로 주고 싶은 대표의 마음과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참치캔을 내팽개쳤던 직원의 마음이 가끔 제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직원의 입장이라면, 검정 비닐봉지에 참치캔을 준 대표가 무척 싫을 것입니다. 그냥 먹으라고 준 것도 아닌 명절 선물로 참치캔 3개를 준 게 말이 안 될 것입니다. 그 직원은 참치캔을 받아 들고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미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도 힘든데,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참치캔을 보며 열불이 났을지도 모릅니다. 참치캔을 내팽개치며 “내가 거지로 보이나?”라고 맘속으로 외쳤을 것 같습니다.     

    

A대표의 입장은 어떨까요.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을 시작해 제품 개발이 완료되기까지 수익은 0원입니다. 제품을 개발했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보장은 없죠. 또 당시 대학생인 동시에 20대 중반이었던 A대표는 직장 생활이 전무했습니다. 직함은 대표였지만 그의 주머니 사정은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가 없었죠. 아니 오히려 더 좋지 않았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회사 운영 자금을 마련해야 했죠. 그때, 자신에게 온 추석 선물을 직원에게 나눠주자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대학생 자취생에게 참치캔은 귀한(?) 반찬이니까요.     


누구나 이런 일이 있습니다. 호의를 베푼다고 행동한 일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때가 있습니다. 또 상대방의 호의가 기분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저는 A대표를 인터뷰하고 나서 해당 사연을 깊게 생각해 봤습니다. 둘 다 모두 이해가 됐습니다. 그리고 사업이라는 게 쉽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죠. 어쩌면, 스타트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대표와 직원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혹 명절마다 ‘떡값’이라고 불리는 상여금에 불평을 하는 지인들을 만납니다. 지난 명절에는 떡값을 50만 원 줬는데, 이번에는 30만 원만 줬다고 대표 욕을 찰지게 합니다. 외제차 살 돈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줘야 한다면서 말입니다. 회사가 적자이지만 상여금을 지급했는데 직원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고 말한 대표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직원의 입장에서는 회사 사정을 고려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A대표가 운영하는 IT회사는 ‘유니콘’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분야에서는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됐습니다. 특히 이 기업은 사업 초기에 있었던 ‘참치캔 사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명절마다 직원들뿐만 아니라 거래처, 지인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곤 합니다. 


※유니콘 기업(Unicorn)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