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바다시인 Jul 21. 2021

왜 나는, 새 신발 대신 낡은 신발을 신었나?

[감성에세이] 새 신발과 낡은 신발

“엄마, 내 신발 개가 물어갔어.”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개가 물어간 제 신발을 찾느라 분주했습니다. 어릴 적에 늘 개를 키웠는데, 개들이 유독 제 신발을 물어갔습니다. 늘 제 신발에는 개 이빨 자국이 선명했습니다. 그날 아침에도 잠깐 현관문이 열린 사이로 마당에서 키우던 개가 제 신발을 물어가 집 안 어딘가에 숨겨놨습니다. 저는 개에게 한바탕 욕지거리를 하면서 신발을 찾아다녔습니다. 뒷마당에 뒹구는 신발 한 짝을 찾았는데, 신발은 처참하게 상처를 입은 패잔병처럼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그 신발에 땅을 밟으라는 임무를 맡기기가 안쓰러울 정도였습니다.     


“엄마, 내 신발 썩었어. 이제 못 신어. 새 신발 사줘.”      


저는 일주일 동안 엄마를 종종 따라다니면서 새 신발을 사 달라며 졸랐습니다. 드문드문 이빨 자국이 선명한 제 신발을 신고 학교를 갈 때마다 창피했기 때문입니다. 교실에 들어가기 전, 친구들이 볼까 봐 서둘러 신발을 신발장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신발을 땅바닥에 끌고 다녔습니다. 마치 신발을 대충 신고 다니는 아이처럼. 그렇게 며칠 후 집에는 엄마가 사 온 새 신발이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기뻐서 새 신발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저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새 신발 옆면에는 만화 로봇 캐릭터 패치가 선명하게 반짝였습니다. 초등학교 1, 2학년이 신을 법한 신발을 엄마가 사 온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친구들과 읍내에 갔을 때 그 신발에는 30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 신발을 제가 신고 학교에 갈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습니다. 신발 탓에 사나이 자존심을 짓밟히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에 그 신발을 신고 학교에 갔더니 저를 놀리는 친구들이 나타나는 악몽을 꿨습니다. 결국, 저는 다음 날 새 신발을 내팽개쳐 두고 생채기가 나 있는 낡은 신발을 신었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무료이미지


한동안 새 신발을 신지 않겠다고 고집했던 저는 엄마에게 매를 맞았습니다. 저는 로봇 캐릭터가 반짝이는 신발을 신고 학교를 가게 됐죠. 아무도 제 신발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친구들이 그 신발을 보고 놀릴 만도 했지만, 만화 캐릭터가 재미있다는 듯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쩌면 저한테 한 대 맞을까 봐 놀리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신발을 몇 주 신지 않았습니다. 엄마와 함께 다시 새 신발을 사러 읍내에 갔고, 싸구려지만 평범한 디자인의 신발을 구매해 아껴가며 신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입니다.      


그 사건 이후로 저는 엄마에게 신발을 사 달라고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직접 사거나 누나가 사 준 신발을 신었습니다. 중학교 때, 신발 밑창이 떨어져 덜렁덜렁거려도 엄마한테 신발을 사 달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엿한 성인이 된 제가 가끔 가족을 만나러 집에 갈 때면, 엄마는 깨끗한 신발을 신으라고 꾸지람을 하십니다. 첫 직장을 얻은 해, 엄마는 제 손을 잡고 가서 백화점에서 구두를 한 켤레 사 주셨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