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세이] 첫여름휴가, 동네 카페에서 만화책 '신의 물방울' 읽다
5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갔습니다. 주말 2일과 휴가 3일을 더해 총 5일간, 제게 자유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이 기간에는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며, 전 세계 어디로든지 가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네 카페로 휴가를 갔습니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만화책을 봤습니다. 카페 책장에 꽂혀 있는 와인 만화책 ‘신의 물방울’을 3일간 22권을 보고, 제 시선을 끄는 책 아무거나 몇 권을 읽었습니다. 그게 제 첫여름 휴가의 전부였습니다.
사회생활 5년간 여름휴가를 가지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직장에서는 여름휴가 전에 이직을 했기 때문이며, 두 번째 직장에서는 제가 특정 업무에 대한 총책임을 맡았던 탓에 여름휴가를 갈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땐 간신히 가을쯤에 3일간 휴가를 얻어 시골집에 다녀왔습니다. 세 번째 직장은 제가 대표였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줬지만, 제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에 휴가를 내는 것은 꿈도 못 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들이 휴가를 갈 때, 술을 마시면서 제 머리를 때리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술을 마실 돈으로 해외로 여름휴가를 가는 게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 창에 ‘399,000’ 여행 패키지 상품을 볼 때마다 저한테는 ‘그림의 떡’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따지고 보면 한 달 술값으로 그 돈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돈보다는 심적인 여유가 없어서 여름휴가를 못 간 이유가 컸지만 그건 제 마음에 달린 것이었습니다.
사회생활 6년째 되던 해, 처음으로 해외로 휴가를 다녀와서 본 회사는 그 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다음 휴가를 어디로 갈지 생각하게 됐으며, 이전보다 더 활력을 찾았습니다. 피부도 검게 탔죠. 또 휴가 비용을 위해 술값을 줄였으며, 조금씩 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매달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듯 살았던 삶도 청산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상투적인 말이 있습니다. ‘여유가 있어서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을 읽어서 여유가 생긴다.’라는 말입니다. 여름휴가뿐만 아니라 운동, 공부, 독서, 연애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돈, 시간 그리고 무엇, 어떤 것을 위해 목표를 정했지만 다양한 핑계를 들어 자기 위안을 합니다. 저도 여름휴가를 못 갈 때마다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 온갖 핑계를 들어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미련한 짓이었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에 큰 걸림돌이 없다면, 하면 되는 데 말입니다.
5년 만에 간 여름휴가 동안 동네 카페에서 만화책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평소 주말에도 그 일은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꿈꾸는 휴가도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휴가가 있을 것입니다. 그게 저처럼 해외여행이 아니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릴 적부터 꿈꿨던 휴가는 한가로운 해변에 누워 칵테일을 한잔하면서 책을 보는 일이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에 저는 1년에 2번 이상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그렇다고 그해의 지출이 늘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여행비를 충당하기 위해 평소 절약을 하거나, 다른 일을 했습니다. 또 여행을 가기 전에 급한 업무는 미리 처리했습니다. 남들처럼 일주일간 휴가를 낼 필요도 없었습니다. 보통 4~5일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오는데, 주말을 끼면 3일만 쉬면 됩니다. 목요일 오전까지 일을 하고, 그날 저녁에 출발해 월요일 아침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제 여름휴가 같은 꿈과 여유를 가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