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이 가르쳐준 인생의 속도

얼마나 뿌듯하던지..ㅎㅎ

by 신읻작가

제 브런치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는 ‘러닝’입니다.

어쩌면 저도 러닝 붐이 한창일 때 시작한 ‘런린이’였지만, 이제는 공식 취미라고 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꽤 많은 거리를 뛰고 있습니다.


작년 3월 첫 10km 대회를 시작으로 하프코스, 풀코스까지 모두 완주했는데요. 올해는 작년만큼 많은 대회를 뛰지는 않았지만, 얼마 전 3대 메이저 중 하나인 춘천마라톤 10km 대회를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뛰었던 같은 코스를 다시 달린다는 경험과 결과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그때의 나를 넘어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대회를 준비했는데, 결과는 작년보다 약 30초 단축.

(러너분들! 아시죠? 초 단위도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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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vs 2025년 신읻작가 10km 기록


스포츠 중계에서 “나의 라이벌은 나 자신이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보통 최정상급 선수들의 경기에서, 1위가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을 때 캐스터가 “이제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그 말이 예전엔 멋진 멘트처럼 들렸는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결국 그건 남과 비교하지 말고, 오롯이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의미일 테니깐요.


요즘 SNS나 유튜브에서 다른 러너들의 기록을 보며 ‘와, 대단하다’ 감탄하다가도 어느새 나를 비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합니다. 존경과 부러움이 자극이 되면 좋겠지만, 때로는 그 감정이 조용히 자신을 갉아먹기도 하죠.


그럴 때 저는 ‘러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돌아봅니다. 전문 선수도 아닌 제가 시즌이라는 명목으로 ‘카보로딩’(탄수화물을 가득 먹으며 체내 에너지를 쌓는 일)이라며 피자와 파스타를 잔뜩 먹기도 하고, 1초라도 더 빨라지겠다는 마음에 새 러닝화를 들이기도 하죠.


그런 순간들이 제게는 그저 재미있고, 삶이 조금 더 건강해지는 과정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조금 느려도,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고요.



우리 삶도 러닝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넘어지면 일어서면 되고, 일어섰다면 천천히 걸으면 되고, 조금 익숙해지면 다시 뛰어도 되는 일. 남들과의 속도를 비교하기보다, 얼마나 멀리, 얼마나 즐겁게 가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 하루들이 모여 어느새 ‘인생 마라톤’이 되지 않을까요.


이번 주 일요일에는 JTBC 10km 대회에 참가합니다. 대회 이틀 전인 오늘은 쌀국수로 속을 채웠고, 저녁엔 피자를 먹을 예정이에요. (ft. 카보로딩) 아마 대회 날 아침엔 긴장된 얼굴로 출발선에 서 있겠죠. 그리고 짧은 레이싱이 끝난 뒤, 결승선을 통과한 저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저 자신과의 싸움을 준비하며 생기게 될 새로운 감정을 기다리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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