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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girl Sep 28. 2016

D41. 쓸쓸한 과거

Part1.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라틴 아메리카_과테말라



운이 좋은 날은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과테말라의 숙소 운이 없었던 우리는 천장에서 들려오는 쥐 소리 때문에 한숨도 못 자고 새벽부터 띠깔을 만나러 왔다. 책에서 보고 꿈에서 그리던 마야 유적지는 정글 속을 한참 걸어 들어가도 도무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서히 하늘에 빛이 고여 나무들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왠지 뿌연 숲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피곤에 절어 모든 것이 귀찮았지만 이 몽롱함이 띠깔을 만나기엔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잠을 깨우는 원숭이, 너구리, 그리고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딱따구리와 인사를 나누자 비로소 신전이 자신을 허락하는 것 같았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따라 상상 속 그 거대한 신전 위에 올랐다. 정글 속에서 우리만 우뚝, 아래를 봐도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나무숲. 저 멀리 또 다른 신전은 꼭대기만 겨우 보여서 왠지 걸어가도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 어느덧 해가 쨍한 한낮, 태양이 너무 뜨거워 눈을 감았다. 주변을 가득 채운 나무 사이로 흐르는 바람소리가 쓸쓸했다. 거대한 숲에는 풀과 이끼 더미에 묻힌 과거의 흔적들이 듬성듬성 웅크리고 있었다. 헤아리자면 수도 없이 많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굳게 닫을수록 외로워지는 마음처럼, 띠깔은 누군가 자신을 찾아주기를 오랜 시간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달빛이 내려앉는 시간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다시 밤이 오면 어둠은 시린 외로움이 될까. 적막함 속에 졸음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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