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madicgirl Sep 28. 2016

D36. 커피, 그 달콤하고 씁쓸한

Part1.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라틴 아메리카_과테말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안티구아 커피. 안티구아 주변에는 최근까지도 활동 중인 화산이 있어서 높은 고도, 화산 주변의 토양에서 자란 커피의 스모키 한 맛이 유명하다. 이곳저곳 흥미를 끄는 카페마다 들어가 맛을 보다가 하루는 웬 미국인 아저씨가 어두컴컴한 창고 바닥에 쭈그려 앉아있는 공간에 발길이 닿았다. 


“원하는 게 뭐야?”

“커… 커피 좀….”


무섭게 인상을 쓴 아저씨는 새카맣게 탄 주전자로 물 팔팔 끓여 시원시원하게 융드립을 시작하더니 테이블도 의자도 없는 곳에서 쿨하게 머그컵에 따라주고 말한다.


“저기 있는 의자 아무거나 가져다 앉아.” 


근처 소규모 농장에서 커피와 카카오를 가져와 소규모로 직접 로스팅하고 심플한 초콜릿을 만들어 이 허름한 공간을 찾는 사람들에게만 판매한다는 아저씨. 사실은 심심했던 건지 커피만 사가려던 우리에게 앉으라고 하더니 갑자기 수다쟁이가 되어 자신의 커피 철학을 쉴 새 없이 늘어놓는다.


“원래 마야인들이 카카오의 원조라는 거 알아? 여기가 원산지라고.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카카오를 지금은 90% 이상 아프리카에서 재배하고 아메리카에서는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커피에 집중하고 있으니 아이러니 하지. 재배는 그렇고, 먹기는 유럽이나 북미, 호주에서 다 먹고.”


 좋은 커피는  수출하고 정작 과테말라 안에는 좋은 게 별로  남는다고 하던데, 진짜야?” 


과거에는 외국 자본이 들어와서 현지의  노동력을 착취해 커피를 재배하고 내다 파는 게 돈이었으니까 다 가져다 팔았지. 그땐 커피가 '금' 같은 거였다고. 그리고 커피가 아프리카에서 왔잖아. 당시에 과테말라 사람들에게 커피는 너무 비쌌으니까 이걸 커피를 마시거나 맛있게 제대로 다루는 방법을   있을 리가 없었지. 옥수수랑 같이 볶아버리고 했다니까. 그러니까 여기서 마시면  맛이 없다고들 한 거야. 지금도 물론 커피가 주요한 경제수단이니까 수출을 많이 하지만 여기에도 여전히 좋은 커피가 많이 남아있어.”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라고 수출된 콩들은 진짜 안티구아에서만 온 거야?” 


해발 5000피트 이상에서 자라면  안티구아 커피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어. 그러니 다른 지역 커피도 포함되어 있겠지. 내가   고도도 중요하지만 여긴 땅이 달라. 땅에 당분이 훨씬 많아. 고도가 높으니 콩은  단단해지고 당분이 많아 달아지지. 하와이안 코나나 다른 유명한 종을 여기 가져와 길러도 훨씬 맛있을걸. 다들 망할 스타벅스가 오버 로스팅한 콩에 길들여져 버렸어. 콩은 그렇게 로스팅하는 게 아니야.”


이야기를 듣고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넘기니 과연 다르다. 콩을 태운 향은 없고 달콤한 커피와 진한 흙의 향이 부드럽게 전해져 온다. 우아, 맛있어!


커피 두 잔에, 초콜릿 두 개를 먹으니 16께찰(당시 환율로 약 2200원 정도). 20께찰을 냈더니 1짜리가 없냐고 묻는다.


"응, 없는데."

"잔 돈 없다. 그냥 15에 줄게."


생색도 안 내고 다른 곳보다 곱절은 많은 커피를 줘놓고 끝까지 쿨한 아저씨. 무엇이든 마음이 담기면 전해지게 되어있나 보다. 거칠지만 정감 있는 공간을 기분 좋게 나서니 오늘도 안티구아 하늘에는 노을이 물들어 있다. 노랗고 붉은, 복숭아빛 노을이.








매거진의 이전글 D34. Feed your soul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