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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girl Sep 28. 2016

D34. Feed your soul

Part1.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라틴 아메리카_과테말라




창으로 스미는 햇살에 새벽부터 눈을 떴다.


'으음, 여긴 어디지? 아, 어제 과테말라에 왔지.'


내가 좋아하는 아침의 낯선 기분. 눈을 떴을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없는 그 생경함 가운데 옆 사람의 숨소리가 주는 묘한 안정감. 지금은 마냥 사랑스러운 이 기분이 언젠가 지루해지는 날이 올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 시간이 되어서야 마을에 도착했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멀미하듯 잠에 들었다가 눈을 뜨면 매번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짙은 녹음, 더 깊은 정글 속에 들어갈수록 학교 갈 시간에 밖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학교에는 가지 않는 걸까. 이런 산골마을에 병원 하나쯤은 있으려나. 


엉덩이를 의자 끝까지 밀어 넣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도 무릎이 앞좌석에 닿아 꽉 끼는 버스로 12시간. 그나마 다리가 짧은 내가 이 정도이니 그는 오죽할까 걱정을 했는데, 공기 좋은 곳에서 자서 그런가 어제의 뻐근함은 사라져 있다. 


잠결에 안경 없이 바라본 하늘이 아름답다. 평소답지 않게 벌떡 일어나 달게 자고 있는 그를 깨우고야 말았다. 하늘을 좋아하는 그이니 혼자 보기는 아까웠던 것이다. 


“잠깐 일어나 봐! 하늘 좀 보고 다시 자.”








파나하첼에서 바라본 아띠뜰란




산페드로의 아띠뜰란



그는 바다보다 호수가 더 좋다고 했다. 나는 호수의 아름다움을 모르겠다고 했다. 아띠뜰란에 오기 전까지는. 호수 하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렇게 황홀할 수 있다니. 아띠뜰란은 화산에 안겨 하늘을 품고 있다.


바라보는 위치와 시각, 아니 바람의 숨결에 따라 매 순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니 낮에도, 밤에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아침이면 눈부시게 빛이 나다가, 오후에는 거친 바람과 구름이 몰려오고, 밤이 면산 너머로 번쩍번쩍 번개가 치다가 어느 순간 고요해지면서 별똥별이 쏟아진다. 이렇게 눈 앞에서 또렷하게 떨어지는 별똥별은 난생처음이다.








저렴한 길거리 음식이 넘치던 멕시코와 달리 과테말라에 와서는 먹는 재미가 사라졌다. 길에는 치킨 말고 이렇다 할 음식이 없고 값도 비싼데다, 그는 맥주가 맛이 없다며 투덜거린다. 중미를 여행하면 입에서 ‘닭 내’가 난다더니 괜히 하는 말들이 아니었어. 하지만 우리를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 화산지역의 신선한 커피. 한 모금 넘기는 순간 온몸에 퍼지는 스모키 한 커피의 맛.


“음! 향긋해!” 


황홀하다.

향긋하다. 


모두 일상에서 해본 적 없는 말들. 조금은 오글거린다고 괜스레 피하던 단어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입 밖으로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Feed your soul. 


길에서 만난 이 글귀처럼 마음과 영혼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을까. 배는 좀 고파도 괜찮아. 아띠뜰란 호수와 맛있는 커피, 그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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