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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girl Oct 30. 2016

D196. 또 다른 시작으로 가는 길

Part1.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라틴 아메리카_브라질



누군가 그랬다. 좋은 것만 보여주지 말고 힘든 이야기를 적어야 장기 여행이 얼마나 힘든 줄 안다고. 그래야 사람들이 좀 도와주고 그런다고. 하지만 나는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가끔 힘이 들 때 눈물 나게  짜증 나고 배낭을 던져버리고 싶다가도



이내 내가 바라던 여행자의 삶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워지곤 하니까.
내가 원하던 거니까.
눅눅한 공기와 퀴퀴한 냄새까지도 이곳과 이 여행의 일부니까.



아직 이 여행의 끝은 보이지 않지만, 라틴 아메리카와 작별할 날을 손으로 꼽을 수 있게 되자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아 자꾸만 뒤척이고 있다. 언제나 시작과 끝에 서면 차분히 마음을 정리하고 싶지만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남미의 마지막이라 이리저리 치이고 일정이 쪼그라든 브라질. 거대한 도시에서 주어진 단 하루를 즐겨보겠다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배낭 멘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나서야 터벅터벅 공항으로 향한다. 애초에 우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엄청난 대륙을 이 짧은 시간 안에 여행하겠다고 했던 건가.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정말 이렇게 남미와 안녕이란 말인가. 우슈아이아부터 준비해온 작별의 순간인데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버스는 늘 그래 왔듯 라틴의 다른 도시로 우리를 데려다줄 것만 같다.


공항 가는 버스 안에서 지난 시간을 음미해보려 애써보지만 조각난 퍼즐의 어느 그림을 먼저 집어 들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기억하려 할수록 모든 기억이 손가락 사이 물처럼 빠져나갈 것만 같다.


이건 정말 여태껏 경험해본 적 없는 기분이다.



여행이 끝났는데 끝이 아니고,
집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 가고 있다는 것.



여행의 기억은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완성되곤 했다.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하는 아쉬움 열 스푼과 마음속 감쳐둔 안도감 반 스푼이 더해질 때.


조금 더 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쉬움이 덜할까 궁금했다. 그러나 반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도 남겨진 아쉬움은 짧은 여행 후에 남는 그것보다 훨씬 더 크기만 하다. 더구나 지금 우리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안도감 같은 것은 없다. 다시 미지의 땅으로 향하는 설렘과 기대와 막막함에 넘쳐나는 감정들은 서로 쉽사리 녹아들지 않는다.


끝이 아니기에 가장 뜨겁고 벅찼던 첫 번째 대륙의 기억은 미완의 상태로 남겨두기로 한다.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이렇게 나는 아직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우리의 여행이 제 2막으로 향한다.




Colonia del Sacramento, Uruguay



시원한 이과수의 악마의 목구멍, 아르헨티나



이과수, 아르헨티나



히우,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 브라질



그냥 지나다니는 동네 아저씨들이 다 몸짱인데 친절하기까지 해서 자기 집 마당에 탐스럽게 열린 아보카도를 막 한아름씩 따다주는 곳, 플로리아노폴리스



바다와 정글과 산과 호수, 구석구석 숨어있는 보물 같은 해변들까지. 안녕, 브라질. 안녕, 라틴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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