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정답이 있지만, 삶에는 해설지가 없었다.
나이를 점점 먹을 텐데, 날 뽑아 주는 학교가 있을까?
담임도 너무 힘들다. 어떤 학생들을 맡느냐에 따라 1년의 에너지 소비 편차가 너무 크다.
늘 학교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학생들을 선택할 수는 없고..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동생이 경매 공부해 보자는 이야기를 했고, 꾸준히 경매 물건도 찾아봤다. 그러다 괜찮아 보이는 한 물건을 보러 갔는데, 나 말고도 다른 사람도 있었다. 며칠 뒤에 또 가봤는데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이렇게나 사람들이 몰려드는 물건이니 높게 낙찰되면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엑셀을 켜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보증금에.. 월차임이 ..이면 수익률이 18%니까 최대 이만큼 쓰면 되겠다." 계산을 끝냈다.
경매 낙찰 기일 아침부터 법원을 향했다. 처음이 아닌 만큼 어리숙하지는 않게 입찰 봉투에 서류 넣고, 개찰구에 봉투 넣고 앉아 기다렸다. 내가 입찰한 물건을 발표하는 순간, "최고가 000만 원 ***씨, 차순위 000만 원 반**씨, ..........." 나는 멍해져 버렸다. '나?' 카톡으로 동생한테 차순위 신고하겠냐고 물어보는데 어떡하지? 하지 말라는 동생의 이야기.
그 순간 "***씨 서류가 잘못됐습니다. 이로 인해 차순위인 반**씨가 최고가 매수인입니다. 대@ @@에 사시는 반**씨 앞으로 나오세요" '어? 낙찰된 거야? 미쳤다. 정말 되다니!!!' 법정에서 서류작업 하는 분도 운이 좋게 낙찰됐다고 이야기했다. 덩달아 난 기분이 더 좋았다. 내 인생 첫 낙찰이다. 신기하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이때, 아빠가 코로나에 걸려서 중환자실에 계셨었는데 아빠한테 연락을 못 하는 게 너무 아쉬웠지만, 다른 가족들이 축하해줬고, 같이 기뻐해 줬다. 학교와 학생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변수였다면, 경매는 내가 입찰가를 정하고 수익률을 계산해서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변수였다. 누군가의 채점을 받지 않고, 내가 직접 쓴 입찰서가 인생의 답안지가 되는 순간이었다.
첫 물건에 강제집행까지 가느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인테리어 싹 해놓고 임차인과 계약까지 했다. 나 월세 받는 사람 됐다!! 그동안 다행히 중환자실에서 나온 아빠를 다시 마주하게 된 것과 함께 내 인생의 가장 큰 보너스였다. 그리고 임용시험지에 작성한 숫자가 아니라 통장에 찍힌 숫자는 월세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선택받지 않아도 내 삶을 스스로 지탱할 수 있다는, 내가 처음으로 스스로를 증명해 낸 완벽한 정답이었다.
ep7. 홍**씨의 서류 미비는 내 계산기에는 없던 변수였지만, 세상은 가끔 정답보다 더 드라마틱한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ep8. 인테리어는 예상 금액보다 더 나왔다. 그래서 최종 수익률은 16%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