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과 정책금리

거저 편히 발뻗을 집 하나는 소유하는게 시장 중립적인 포지션이다

by 꼰뜨라리언
"친구가 실직하면 경기둔화(slowdown), 이웃이 실직하면 경기침체(recession), 내가 실직하면 공황(depression)"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우스개 소리가 어울리는 것이 지금의 한국경제다.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고, 잠재성장률 자체도 떨어지고 있는 지금,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열거한 상황이 언제 우리 자신의 인생에 마주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살짝 정체되어 있지만 글로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한국 역시 최근까지 이어져 온 수도권 집값의 폭등으로 인해 현 정부는 정치적 부담이 커진 상태다. 집값만 잡을 수 있다면, 그래서 지지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면, 무슨 정책도구든 쓸정도의 분위기다.



하지만, 요즘 들리는 이야기들 중 가장 위험한 생각은 집값을 잡기 위해 단순히 한국은행의 정책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지금과 같은 한국의 거시경제 상황에 금리를 높이는 건 자살행위와 같다.


한국은행이 통제하는 건 단순히 7일짜리 repo금리 하나다. 정책금리를 올리기 전에 장기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중이다. 일드커브는 플래트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 하나만을 위해 거시경제적인 판단 없이 그런 단순한 결정을 하게 된다면, 일드커브가 급격히 눕거나 심지어 역전이 될 수도 있다. 시중의 유동자금이 장기채에 더 몰리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시작되면, 우리 경제는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을 상황일 것이다.



기존 유럽과 북미의 사례를 보듯, 정책금리를 낮추는 완화 정책 상황에서 필연 발생하는 전반적인 주택가격의 상승 부작용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시중 유동자금이 투자 리스크를 회피하게 되고 결국 자산시장으로 몰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여러가지 정책도구(DSR, DTI 규제) 등을 통해서 건전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때때로 정책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을 하면, 많은 사람들은 금리를 낮춰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미국과 일본, 유로존은 당시 그렇게 용기를 가지고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며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갔기 때문에 지금처럼 자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돌려 놓은 것이 사실이다. 당시에 사실 한국은행은 이 행렬에 동참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실탄을 아끼고자 아무 것도 안한 것이 오히려 지금의 위태로운 한국경제 상황을 야기했고, 정작 선진국에서 출구전략을 고민할 때까지도 악화된 자국 경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주택시장으로 돌아와, 극단적으로 펀딩 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가 되었을 때,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없다면 이론적으로 전세값이 집값보다는 높아지게 되겠지만, 종국에는 크레딧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전세가 많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10억 원 짜리 주거가치의 집에 대한 월세는 현재 대충 연간 5천만원 내외일 것이다. 과연 월세를 내면서 자산을 축적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냥 집을 갖고 있지 않고, 살만한 상황이라면 그냥 사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그렇게 사는 집 하나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 시장 중립적인 포지션이다. 욕심히 과한 집을 과다한 부채를 통해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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