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선분양에 대한 변호
1. 선분양에 대한 불만에 대하여
인터넷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의 독특한 선분양 제도 때문에 불편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선분양제도는 주택이 완공되기 전에 매입자에게 분양을 해서 계약금, 중도금 명목으로 대략 분양가격의 80% 정도를 완공 이전에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런 제도가 생긴 이유는 아쉽게도 후진적인 한국의 금융환경 때문이었다. 대규모의 주택을 공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도권의 건설금융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제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절대적으로 건설회사에 유리한 제도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선분양은 강제규정은 아니다. '허용'을 할 뿐.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1) 자금 및 수요를 사전에 확보할 수 있는 데다가, (2) 사업 리스크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입장상 선분양을 선호하는게 당연하다.
반대로 아파트구매자 입장에서는 물건도 보기 전에 비용을 먼저 지불하는 꼴이 되므로 이에 따른 리스크를 전가받게 된다.
그 리스크라는 것이 대략 생각나는 대로 나열하자면, (1) 언급한 비용의 선급, (2) 사전구매에 따른 선택권 침해, (3) 건설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의한 부실시공 및 품질 저하, (4) 건설회사의 부도시 입주지연 등이 있겠다.
그런데, 과연 선분양이 아파트구매자에게 불리하기만 한 걸까?
아니다. 당연히 유리한 점도 있다.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면, (1) 일시납이 아닌 자금분납이 가능하고, 또 (2) 분양권(금융에서의 option과 그 구조가 동일하다) 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3) 후분양제를 실시하게 되면 분양가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우선 건설회사의 사업 리스크 프리미엄이 얹어지게 될 것이고, 또한 높은 건설사의 차입비용이 추가되게 될 것이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려면, 아파트구매자가 이러한 가격상승요인을 용인할 수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건설금융의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어야 가능하다.
미국은 직접금융시장이 발달해 있다. 당연히 후분양을 진행해도 자금조달하는 부분에 금융시장이 충분히 뒷받침해 있다. 하지만 여기도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어서 모인 인원에 반비례하여 사업을 주관하는 디벨로퍼의 조달금리가 싸진다.
2. 건설사는 폭리를 취하는 악덕업주인가
간혹 높은 분양가로 인해 불만이 터져 나오곤 한다. 대부분 무턱대고 '비싸다' '내가 먹을 P를 건설사가 먹는다' 등 근거 없는 의견들이 많다.
두가지 관점에서 점검해볼까 한다.
먼저, 이익 관점.
건설사들이 그렇게 폭리를 취한다면, 사실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좋아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파트 건설을 영위하는 대다수의 건설사들의 평균적인 영업이익률이 3~5% 사이다. 심지어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도 수두룩하다. 여기에 자금조달에 투여되는 이자비용 등을 추가로 감안한다면 순이익은 더욱 박해진다.
대체적으로 그들이 빌리는 3년짜리 회사채 발행금리는 대체로 4~5% 수준이다. 같은 신용등급의 타업종 기업 대비 높은 금리를 부담한다. 하지만, 분위기에 따라 회사채 시장에 나와봐야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 태워야 할 것이기 때문에 수요예측에서 이런 금리를 써 냈다간 미달사태를 빚을 수 있다. 조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단 얘기다. 1번에서 이야기 했지만, 이게 한국의 금융환경이다.
아무리 어떤 건설사의 숫자들을 들여다 보아도 건설사는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두번째, 원가 관점.
우선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하고 그 땅 위에 건물을 세울 여러가지 자재+시공원가가 투여된다.
토지를 보면, 대체적으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대지'가 수도권에 많이 남아 있지도 않을 뿐더러 대략 호 별로 평당 조성원가가 대략 700~800만원 정도 수준이라 들었다. 여기에 호 별로 평당 시공원가는 나라에서 정하는 표준 시공원가가 있으며, 2018년 기준 평당 613만원 정도 된다. 그렇다면 결국, 토지 700만원+ 시공 613만원인 1313만원 정도가 그냥 럭셔리 자재가 아닌 싼 자재 들로 지어지는 일반 아파트의 평당 원가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평당 13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구매자의 취향에 걸맞는 비싼 내장재 자재가 투입된다면 당연히 원가는 높아진다.
사실 아파트 분양가격이 내려가려면 토지 매입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결국은 땅주인에게 싼 가격에 땅을 넘겨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또다른 이들은 무슨 땅이 그렇게 비싸냐라고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다.
아파트는 그냥 빈 땅에 짓는 것이 아니다. 지질검사부터 땅을 파서 기반다지고, 도로도 만들어야 하며 쾌적하게 하기 위해 공원도 만들어야 하고, 기타 상하수도 전기 등 utility도 들여다 놔야 한다. 그런 것들이 토지조성 원가에 들어간다.
단독주택의 대지를 분양받아 건축상담을 받아보면 지금 하는 이야기를 전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비싼가?
비싸다는 관점이 주관적이 되면 답이 없다. 감정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돈보다 높은 가격에 판다고 비싸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런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 적정 마진 등을 감안했을 때 분양가가 비싸냐, 싸냐를 생각해야 한다. 감정적 대응은 이성을 흐릿하게 하며, 이는 경제적 판단을 내리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마진 없이 팔라는 해괴한 소리는 건설적이지 못하다. 본인의 비즈니스는 남기는 것도 없이 원가에 다른이에게 제공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