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커피회사 다니니까.
커피회사 마케터로 일하며 자주 받았던 질문 중에 하나.
지금의 카페와 커피를 소비하는 방법. 아름답고 유니크한 공간 자체를 소비하고, 미식으로서 커피를 소비하기까지 과연 몇 년이나 걸렸을까? 폭발적 성장이라는 말도 식상한 속도. 이렇게나 빨리 한국 커피 문화가 성숙하면서 소비자 스탠더드도 같이 높아졌으니 정말 신나는 일이다.
벌써 한국 커피 씬은 실제 글로벌리 top급이다.
초기 스페셜티 플레이어들의 성장과 선도가 많은 기여를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브랜드, 공간을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요즘은 어느 카페가 핫해? 넌 카페 가면 뭐 봐?”에 대한 답이기도 한 이야기를 썰 풀듯 적어본다.
여기서 사람은 바리스타를 주로 말한다.
바리스타의 직업적 프로페셔널함, 호스피탈리티 측면을 주로 이야기하고 싶다.
카페에 방문하면 공간 측면에서도 바리스타라는 사람을 얼마나 배려했는가에 대해 주로 본 만큼, 바리스타 개개인의 태도에도 눈길이 많이 간다.
그중에서도 특히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 속 동작 하나하나가 어떠한지.
마치 운동선수의 동작을 구분 지어 나눠보듯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한 잔 한 잔을 어떻게 치러내고 있는지 말이다.
커피 머신과 그라인더의 관리상태부터 원두 상태, 추출수의 온도, 우유 스티밍 사운드(찢어지는 끼익끼익인지 꼬르륵 몽글몽글인지) 등 음료를 건네기까지의 과정에서 스텝 바이 스텝 전문성있고 충실한지를 보게 된다. 또, 바의 미장 플라스Mise en Place(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완벽한 사전 준비)가 어떤지를 통해 직업인으로서 프로페셔널 함을 엿보게 된다.
사소한 제스처들까지 추출에 얼마나 열심을 기하는지를 엿보다 보면 커피 맛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기도 하고, 그 사이사이 청결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를 보며 매장 전체의 청결에 믿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바에 설 때 향수를 뿌리거나 향이 강한 핸드크림을 사용하는 바리스타는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느끼는 맛 중 70~80%는 후각에 의존한다고 하는데, 커피에서 막 핸드크림 맛 날 것 같고 그래. 직업적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한 명이 주문을 받고 나서 음료 제조까지 쭉 이어서 담당한다면,
카드나 현금을 만진 뒤 <=> 음료 제조를 위해 컵과 커피를 만지기 전
그 사이에 손을 씻는 등 위생적인 구분을 따로 하는지 같은 소소한 것들에도 눈길이 간다.
사실 이 부분을 보게 된 계기가 있는데,
내방역 한 카페에 갔을 때, 계산하면서 “화장실은 어딘가요?” 물었더니,
“열쇠를 가져가셔야 해요”라며 소독제를 꺼내 키링 전체에 칙칙 뿌리고 키친타월로 슥슥 닦은 뒤 키친타월로 그대로 키를 집어 내게 건네준 적이 있었다.
와우! 정말 와우 포인트다.
일본의 '오모테나시' 접객이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내 맘 속 청결 신뢰도 100점에 등극.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식상한 말이 관통하는 순간이다.
이것 말고도, 공간이나 서비스 등이 같은 방향으로 align 되어 있었으니 이런 사소한 포인트도 나에게 더 와닿았겠지.
이렇듯 어쩌면 잔인하게도 한 사람이 만드는 몇 초~몇 분의 동작과 몸짓들이 고객이 그 곳을 판단하기에 충분조건일 수 있다.
그만큼 바리스타 또는 접객원 한 명이 줄 수 있는 신뢰의 크기가 크다는 것 이기도 한데,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면 굉장히 무서운 일이다. (몇 초~몇 분 만에 누군가 나를 판단하고 인상 짓는다고 생각해보라.)
결국엔 바리스타의 전문성에 대한 이야기다.
얼마나 전문성 있는 바리스타가 바에 있는지. 오늘 내가 마실 커피를 기대해도 될지.
사람 - 프로페셔널 - 여기서 더 나아가면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되는데, 언젠가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
가끔은 바리스타나 접객원에게 권한이 없어 응대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
운영자(사장..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 정도 권한은 바리스타에게 주는 게 훨씬 더 좋은 고객 경험을 만들어 선순환시킬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들.
예를 들어,
손님이 얼마 못 마신 커피를 쏟았을 때 요청이 없더라도 먼저 다시 만들어준다던가 -더 좋은 예가 있으면 좋으련만..- 같은, 손님으로서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싶게 애매하게 아쉬운 마음이 들 때.
바리스타가 이런 예외성을 띈 케이스들을 공감하며 해결해 주면, 아쉬움을 감동으로 확 역전시킬 수 있다는 거다. 센스를 부릴 권한이 만드는 가치는 계산할 수도 없다.
때로는 융통성이라는 게 어뷰징을 생산해내기도 하니,
개인 카페가 아닌 기업/팀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면 융통성을 조심스럽게 적용해야 할 수도 있다.
모든 케이스마다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방법 1,2,3… '같은 걸 마련할 수는 없겠지만 사소하게 보이는 이 부분까지도 인터널 브랜딩의 방식으로 단단하게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전반적으로 고객을 대하는 태도는 ‘친구의 친구를 대하듯 친근하지만 예의 있게 대하라’ 같은 가이드여도 좋다. 우리 브랜드는 실제로 이런 태도를 권했다.
각자에게 주어지는 권한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현장의 케이스들을 겪고 그 데이터를 모아 보면 분명 브랜드 인사이트가 보인다.
고객은 주로 우리에게 어떤 걸 기대한다, 주로 어떤 걸 고마워하고 아쉬워한다. 같은 추상적인 집합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는 브랜드 가치와 브랜드 마케팅 활동은 무한해진다.
그렇게 유연한 통일성이 만들어지고 유기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브랜드가 된다.
전체 구성원의 브랜드 감도가 높은 수준으로 싱크 된다. (그놈의) 인터널 브랜딩은 이렇게도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온라인/디지털 마케팅에서처럼 즉각적인 수정 반영이나 A/B테스트로 값을 얻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도 날카로운 관찰을 통해 쌓은 정성적 데이터와 포스POS등에 기록되는 정량적 결제 관련 데이터를 함께 뽑아 분석하겠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하고, 훨씬 더 풍성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하는 곳이 잘 없기 때문에 더 섬세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기회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