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인재를 채용하는 법

좋은 질문이 좋은 팀을 만든다.

by 글쓰는 COO
당신이 채용에 5분밖에 시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잘못 채용된 사람으로 인하여 5,000 시간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피터 드러커)


전 직장에서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했을 때에도 ‘채용’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꼈다. 해외 지사에서 채용하는 글로벌스태프의 인사관리를 총괄 담당하는 직무였기에, 직원들의 해외 파견 시즌이 올 때마다 발령자 발표자료에 피터 드러커의 명언을 언급하며 채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기 쉽지 않다는 것은 아주 잘 안다. 바쁘디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 속 갑작스러운 직원의 퇴사, 급하게 진행되는 채용 속에서 채용에 공을 들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스타트업에 합류를 하면서, 잠시 잊고 있던 ‘채용’의 중요성이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 작디 작은 조직이기에 좋은 팀원을 꾸리는 것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우리 조직에 잘 맞는 사람을, 부여된 직무를 잘 수행해 나갈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과거의 경험을 살려 면접 평가표와 질문지를 만들고, 직원의 온보딩과 장기 근속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때마침 HR관련 워크숍에 참가하게 되어 ‘채용과 인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주었고, 지인을 통해 한국바른채용인증원에서 진행하는 <채용전문면접관 과정>을 접하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몸의 망상활성계, RAS*가 작동한 걸까? 과거 업무를 했던 직업병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사람, 채용, 인사관리라는 키워드들이 머릿속에 떠다녔고, 그 덕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RAS(Reticular Activating System) : 망상활성계, 뇌간에 위치한 신경망으로 주의집중 필터 역할을 한다. 내가 중요하다고 인식한 목표나 자극을 자동으로 걸러내고 관련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그렇게 지인의 추천을 받은 직후, 바로 다음달 <채용전문면접관 과정>을 신청했다. 하루 종일 진행된 면접관 과정은 속도감이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채용과 인사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나에게 정말이지 유익한 시간이었다.



면접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강의를 시작하자마자 원장님이 던진 첫 번째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여러분, 지금까지 면접에서 이런 질문 많이 해보셨죠? '본인이 수행한 업무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참가자들을 보며 조지용 원장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이 질문으로는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면접 시간만 잡아먹는 질문이에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 역시 그동안 비슷한 질문들을 던지며 '충분히 질문했다'고 생각했으니까. 원장님이 대안으로 제시한 질문은 이랬다.


"최근 그 업무에서 탁월한 성과로 칭찬받은 적이 있나요?"

같은 업무 경험을 묻는 질문이지만,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첫 번째 질문은 단순한 업무 나열로 끝나지만, 두 번째 질문은 실제 성과와 인정받은 경험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만약에’ 질문의 함정


강의 중 가장 많이 공감했던 부분은 ‘만약에’ 질문에 대한 이야기였다.


"만약에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런 질문에 "싫어요"라고 답할 지원자가 과연 있을까? 당연히 모든 지원자가 "기꺼이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답변으로 그 사람의 실제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까?


원장님의 대안은 간단했다.


"주어진 책임 이상으로 노력해서 칭찬받은 적이 있나요?"

가정이 아닌 실제 경험을 묻는 것이다. 과거의 행동이 미래의 행동을 가장 잘 예측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역량 레벨 구분의 중요성

이번 교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경험 기반 질문’만큼 중요한 것이 답변을 통해 지원자의 역량 레벨을 판별하는 기준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리 좋은 질문을 던져도, 면접관이 그 답변을 체계적으로 해석할 잣대가 없다면 결국 ‘느낌’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역량은 단순히 ‘잘한다/못한다’의 이분법이 아니다. 실제로는 역량 레벨(Level)에 따라 구분되며, 이를 명확히 정의해야 면접 현장에서 질문과 평가가 살아난다.


교육에서 알려준 <역량 5단계 모델>을 기대 행동, 전문성, 문제해결 능력 관점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실제 면접 현장에서는 지원자의 L0(준비 안 됨)~L1 수준 질문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레벨별 정의가 있어야, 답변 속에서 지원자의 ‘진짜 위치’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같은 “엑셀 활용 경험”을 묻더라도


L2 수준이라면: “매뉴얼에 있는 함수를 숙지해서 보고서를 정확히 작성했다.”

L3 수준이라면: “피벗테이블을 활용해 팀 성과를 한눈에 보여줘 상사에게 칭찬받았다.”

L4 수준이라면: “팀원들에게 엑셀 자동화 매크로를 전파해, 팀 전체 업무 효율을 높였다.”

L5 수준이라면: “회사의 데이터 관리 체계를 전환시켜 전사적 업무 방식을 혁신했다.”


같은 질문도 답변 해석을 이렇게 달리하면, 지원자의 ‘진짜 깊이’를 볼 수 있다.


그 동안 나는 ‘L0과 L1을 구분하는 질문’의 수준에서 그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레벨을 구분할 수 있는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강의의 다음 파트, 실무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질문들이 연결된다.



실무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질문들


강의에서 가장 실용적이었던 부분은 구체적인 질문 사례들이었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전문성을 묻고 싶을 때:

(기존) "엑셀 함수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개선) "엑셀을 남들보다 탁월하게 사용해서 팀 성과에 기여한 적이 있나요?"


팀워크를 확인하고 싶을 때:

(기존)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개선) "개인의 이익을 양보하고 팀을 위해 희생해서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은 적이 있나요?"


책임감을 파악하고 싶을 때:

(기존) "책임감이 강한 편인가요?"

(개선) "주어진 책임 이상으로 노력해서 상사에게 칭찬받은 적이 있나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강의를 들었다. 개선안으로 주시는 질문 문항을 보니 패턴이 보였다. 모든 좋은 질문에는 '칭찬받은', '인정받은', '성과를 낸' 같은 키워드가 들어간다. 추상적인 생각이나 의견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구체적 경험을 묻는 것이다.



BEI와 STAR 기법 - 과거 행동이 미래를 예측한다


강의의 핵심은 BEI(Behavioral Event Interview), 즉 행동사례면접이었다. 이는 과거 1~2년 이내의 실제 행동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 역량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미래 행동을 예측하는 인터뷰 방식이다.



그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질문하는 방법이 바로 STAR 기법이다:

Situation(상황): 언제,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Task(과업): 몇 명이 참여했고, 당신이 맡은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Action(행동): 남들과 무엇이 달랐나요? 어떤 차별화된 행동을 했나요?

Result(결과): 주변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쳤나요?


이 방법이 강력한 이유는 ‘만약에~’라는 가정적 질문이 아닌, 실제로 검증 가능한 행동 경험을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과 결과에 대해서는 꾸며내기가 어렵다.



면접관도 준비가 필요하다


강의에서 가장 깊이 공감했던 부분은 면접관 훈련의 필요성이었다.


"평가 기준이 모호한 상태로 면접에 임하게 되면, 평소의 자기 기준에 따라 채용하게 됩니다."


정말 뼈아픈 지적이었다. 그동안 나는 '직감'이나 '느낌'에 많이 의존해서 면접을 진행했던 것 같다. 물론 경험과 직감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일관성 있고 공정한 평가가 어렵다.


원장님은 "질문과 동시에 채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답변을 들으면서 바로 '이 사람은 이 역량에서 어느 정도 수준이구나'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면접관 머릿속에 명확한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모의면접을 진행해 보면서 오늘 배웠던 BEI(행동사건면접)와 STAR기법에 기반하여 질문을 하는 것 만으로도 정신이 없어서, 다른 면접관의 질문과 면접자의 답변을 잘 듣지 못했고, 동시에 채점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론을 충분히 숙지하고, 지속된 훈련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 채용 트렌드와 스타트업의 고민


강의에서 공개한 2025년 채용 트렌드 1위는 '조직문화 적합성 검증'이었다. 이는 특히 스타트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은 시스템으로 사람을 관리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사람이 곧 시스템이다. 한 명의 부적합한 채용이 전체 조직 문화와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역량뿐만 아니라 문화적 적합성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한 ‘교육비 vs 채용비’라는 관점도 인상적이었다. 교육훈련비를 줄이고 채용 비용을 늘리라는 조언인데, 이는 결국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지금 우리 스타트업에 적용하고 싶은 것들


1. 면접 질문지 개편

가장 급하게 해야 할 일은 기존 면접 질문지를 전면 수정하는 것이다. 오늘 배웠던 내용을 토대로, 면접관들이 깊이있는 질문을 할 수 있도록 BEI와 STAR기법을 활용해 기존 질문지를 수정해 볼 계획이다.


2. 문화적 적합성 질문 개발

우리 스타트업의 핵심 가치와 문화를 명문화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질문들을 만들어야겠다. 예를 들어, ‘빠른 실행력’이 우리의 핵심 가치라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행에 옮겨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경험’을 묻는 식으로 말이다.


3. 면접 후 팔로업 시스템

강의에서 ‘기껏 합격시켜줬더니 다른 회사 간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는 스타트업에게 정말 치명적이다. 합격 통보부터 입사일까지의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예비 팀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


4. 면접관 역량 강화

혼자 면접을 보는 것보다는 다른 팀원들과 함께 면접을 진행하되, 모든 면접관이 일관된 기준을 가질 수 있도록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싶다.



좋은 질문이 좋은 팀을 만든다


하루 종일 강의를 들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채용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 조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를 찾는 일이고, 그 사람의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관으로서 더 많은 준비와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진짜 모습을 파악하고, 동시에 우리 조직의 매력도 제대로 어필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한 명 한 명의 채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채용에 5분밖에 쓰지 않으면 나중에 5,000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우리 팀에 합류할 모든 분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그 첫걸음은 바로 좋은 질문에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