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먹는 카레
집에서 먹는 카레가 먹고 싶은 날이 있다. 특별하게 해야 하는 것도 없고, 당근 양파 그리고 감자를 큼지막하게 썰어서 기름을 살짝 두른 냄비에 볶아준다. 양파가 노릇노릇 익기 시작하면 큼지막하게 썰어준 닭고기, 혹은 돼지고기를 넣어주고 또 달달 볶아준다.
고기의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냄비째 들어서 싱크대로 가 찬물을 수전에서 바로 냄비로 넣어버린다. 냄비 속 내용물들이 자작하게 물이 잠기면 다시 불에 올린 후 한 번 세게 확 끓여준다. 한번 끓기 시작하면 중간 불로 줄이고 잠시 뚜껑을 덮고 기다린다.
그동안 밥을 해주고, 밀린 설거지도 해준다. 감자랑 당근이 부드럽게 익어갈 즘에 오뚝이에서 나온 고형 카레를 네 조각 넣어주고, 마지막으로 태국산 아주 매운 고추를 6개 정도 냄비에 넣은 후 다시 뚜껑을 덮고 이번에는 약한 불로 기다린다.
카레루가 잘 풀어지고 국물이 걸쭉해지면 넓적한 접시에 이쁘게 밥을 담아 그 옆에 카레를 부어준다. 카레를 먹을 때는 너무 처음부터 밥과 카레를 다 섞어버리면, 밥이 질척해지고, 밥의 단맛이 카레에 묻힐 수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밥 위에 카레를 얹어서 먹는다는 느낌으로 한 숟가락씩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어주면 좋다. 그러면 카레의 향긋함과 군데군데 느껴지는 밥의 고소함이 역시 카레는 맛있다는 마음과 함께 그날 저녁을 채울 것이다.
#남편이밥해줬다 #내가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