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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용진 Dec 16. 2020

어쩌다 카레, 어쩌다 리소토

4시간 끓인 소갈비 리소토

소갈비 한 팩

셀러리 1줄기

당근 1개

감자 2개

양파 3개

쌀밥 한 한 공기

치즈 한 장


어린아이와 같이 밥을 먹노라면 아무래도 음식의 간에 신경을 더 쓰게 된다. 어른들 입맛에 맞추자니 간이 너무 세서 아이 건강이 걱정되고, 그렇다고 아이 입맛에 맞추자니 너무 싱거워서 어른들은 밥 먹는 낙이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어른 밥과 아이 밥을 따로 하려고 노력을 하는 편인데, 편의상 같이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몇 가지 음식 중에서 그나마 가장 같이 먹기 좋은 음식이 리소토이다. 리소토는 간을 나중에 하면 충분히 어른, 아이 모두를 만족시키기 쉬운 음식이기도 하고 고기나 각종 채소로 육수를 내놓으면 쌀밥에 섞어서 한번 끓여주기만 해도 완성이 되는 간편식이기도 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에 오는 길에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고민을 하면서 장을 보던 중에 소갈비 한 팩이 눈에 들어왔다. 기름이 많이 붙어 있어서 조리하기 번거롭고 또 오래 끓이지 않으면 질겨서 못 먹지만 가끔 당기는 식자재다. 무엇을 만들어 먹는 게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예전에 했었던 뵈프 부르기뇽이 생각이 나서 당근과 양파 그리고 셀러리를 담았다.


"아 그런데 이거 먹으려면 내일이나 돼야겠는데."


결국에는 집에 와서 간단히 끓여서 조금 질기더라도 카레나 해 먹자며 재료들을 모두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냄비에 때려 넣은 후 물을 붓고 팔팔 끓이기 시작했다. 카레를 할 때면 언제나 느끼는 것이 재료를 조금씩 집어넣어도 결국에는 엄청나게 양이 많아져서 한동안 카레만 먹어야 하는데, 오늘도 역시나 큰 냄비 한가득 소고기 채소 육수가 만들어져 버렸다.


일단 어른들이 먹을 정도의 양만 작은 냄비에 옮겨 담은 후 카레루를 풀어서 카레를 만들고 남은 육수는 고기를 더 연하게 하기 위해서 불 위에 올려놓고 타이머를 3시간 맞춰 놓았다. 카레는 역시나 맛이 있었지만 1시간도 채 삶지 않은 소갈비는 고무장갑보다 질겼고, 카레 루를 너무 많이 넣은 탓에 짜기도 짰다.


소고기와 채소 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육수가 4시간 정도 끓고 나니 위에는 기름이 둥둥. 국자로 잘 건져내고 나머지 기름도 걷어내기 위해서 한 김 식힌 뒤 냉장고에 넣어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냄비를 열어보니 소고기 하얀 기름이 잘 굳어 있어서 그것도 마저 걷어 낸 후 차갑게 식은 고기를 아기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작은 냄비에 옮겨 담았다. 흐물흐물해진 채소와 잘게 썬 고기를 팔팔 끓이기 시작하고 갓 지은 쌀밥을 한 주걱 크게 넣은 후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쌀이 국물에 풀어져서 걸쭉해지고 죽처럼 변하니 영락없는 리소토가 됐다. 심지어 아무런 간을 하지 않았는데도 오랜 시간 우려낸 소고기와 채소에서 나오는 감칠맛 덕분에 입에 착착 감긴다. 다 된 죽을 조금씩 용기에 담은 후 몇 개는 냉장고에, 몇 개는 냉동실에 넣어두고 이유식 만들기 끝. 먹기 직전에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후 아기 치즈를 같이 섞어주면 그럴듯한 꾸덕꾸덕한 리소토가 완성된다.


#남편이밥해줬다 #내가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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