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공지능 필수 역량
여행은 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우선 적금, 아르바이트, 주식 등으로 여행을 위한 경비를 마련해야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휴가 기간도 확보해야 합니다. 만약 여행이 트래킹 코스가 많은 스타일이거나 걷는 일정이 많다면 걷기 편한 운동화도 챙겨야 하고, 히말라야 산행 등과 같은 일정이 있다면 열심히 체력도 키워야 하기도 합니다.
여행이 코스와 스타일에 따라 챙겨야 할 것들이 다양한 것처럼 진로도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 챙겨야 하는 것들이 달라집니다. 인공지능을 공부하거나 연구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이론, 수학, 코딩 등의 학문들을 공부해야 합니다. 여행전 자금을 준비하고 체력을 키워놓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학문이나 기술, 지식을 담을 수 있는 포괄적인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를 ‘역량’이라고 부릅니다.
AI 교육 혁명(이주호 외, 시원북스)이라는 책에서는 다가오는 미래를 인공지능과 준비하기 위해서는
- 개념적 지식, 창의력, 비판적 사고, 컴퓨팅 사고, 융합 역량, 인성
6가지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위 6가지의 세부 역량에 대해 하나씩 좀 더 깊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지식이란 어떠한 대상에 대해서 알게 된 내용이나 이해한 것을 의미합니다. 지식은 크게 사실적 지식과 개념적 지식으로 나뉩니다. 먼저 사실적 지식이란 어떠한 사실에 대한 지식입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라는 내용은 사실적 이해에 해당합니다.
반면 개념적 지식은 사실적 지식과는 좀 다른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개념(槪念)이라고 하는 단어의 한자를 살펴보면 모든(槪)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떠한 대상에 대해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 대상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라는 문장을 볼까요?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는 개념을 살펴보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수도는 행정의 중심이자 다양한 기반 시설이 가장 잘 갖추어진 도시이고 주로 많은 사람이 모여 살고 있죠. 개념적 사실이란 다양한 사실적 지식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공지능을 공부하기 위해서 개념적 지식은 창의성과 융합을 만들어내는 근간이 됩니다. KAIST 교수이자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창의와 혁신을 위해서는 ‘지식의 흘러넘침(Knowledge spillover)’이 이뤄지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개념적 지식을 나누면서 연결고리를 찾을 때 창의적인 결과가 싹트고 새로운 융합의 산출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이 활발한 실리콘 밸리에서는 다양한 지식을 듣다보면 우연히 지식들이 연결되어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실제로 구글은 이러한 환경을 자주 만들기 위해 화장실을 사무실 중간에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개념적인 지식은 다양한 사실적인 지식들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거나 융합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냅니다.
개념적 지식이 풍부하다는 것과 성적이 우수해야 한다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예로 화상 탐사선 프로젝트의 세부 책임자였던 Ben Cichy는 2021년 2월 22일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호가 화성에 착륙했을 때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Got a 2.4 GPA my first semester in college. (난 대학 첫 학기에 평점 2.4를 받았다.)”
그가 다녔던 코넬 대학은 A+ 4.3이 만점이므로 GPA 2.4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과목에서 C0 근처의 성적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Ben의 대학 성적은 우등생보다는 낙제생에 훨씬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Ben은 대학을 졸업한 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 개발팀에서 일했고, 이 후 항공 우주공학 석사를 취득했습니다. 이 후 NASA로 이직하여 16년 동안 우주 탐사선 행행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했습니다. 끝내 화성 탐사선을 무사히 착륙하는 일까지 마무리했습니다. 그는 트위터에서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Grades ultimately aren’t matter. Curiosity and perseverance are matter. (학점은 절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호기심과 인내심이 중요하다.)”
Ben은 자신의 전공을 계속 발전시켰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면서 학문들 사이에 존재하는 개념적 지식을 쌓아나갔습니다. 그 시간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계속 다른 지식들과 연결해나갔습니다. 사실적 지식보다는 개념적 지식에 집중한 결과였습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한 공부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무엇인가를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알아가려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는 마음을 키워야 합니다.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연결해서 생각하는 생각의 코어 근육을 계속해서 키워가야 창의성, 융합 등의 다양한 역량들을 계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개념적 지식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정답만을 외우고 빨리 넘어가려는 ‘빨리빨리’ 학습법입니다. 입시 교육에서는 변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제한된 시간에 내용을 이해한 후 정답을 빨리 맞추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이해 과정에서 방법만 빨리 익히거나 연관된 사실만 익히는 것을 ‘도구적 이해’라고 합니다. 반면 방법과 함께 개념적인 이해까지 함께 하는 것을 ‘관계적 이해’라고 합니다.
학습 방법에서 도구적 이해에 머무르지 않고 최대한 관계적 이해로 넓혀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학습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을 해보는 것이죠. 스터디 그룹도 좋고 영상을 찍어보거나 발표를 해도 좋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제가 수학과에 입학을 했을 때 교수님들께서 배운 내용으로 최대한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을 권장하셨습니다. 문제를 풀었더라도 친구들과 풀이한 내용을 나누면서 개념을 익히고 다양한 시각을 키울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 이와 같은 다양한 사고는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보다는 여러 사람과 교류를 나누면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먼저 개인적으로 지식을 쌓은 다음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보고, 타인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보세요. 그룹 스터디 활동이나 학습 멘토링 등의 또래 학습이 이러한 개념적 지식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