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공지능 필수 역량
컴퓨팅 사고력이라는 용어는 1980년 Papert가 언급했지만 2006년 카네기멜론 대학의 자넷 윙 교수(Jeannette Wing) 교수가 'ACM 통신'이라는 짧은 논문에서 컴퓨터 사고를 아동 교육의 필수 요소로 제시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윙 교수는 컴퓨팅 사고력을 ‘시스템을 설계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행위에 관한 모든 측면’이라고 광범위하게 정의하였습니다.
컴퓨팅 사고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량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많으며, 이제는 기초과학을 비롯한 수많은 분야에서도 컴퓨터를 활용하여 연구와 개발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3년 노벨화학상의 경우 화학 시스템과 반응을 설명하기 적합한 이론은 물리학에서 빌려왔으며 컴퓨터 모델을 개발하여 효과적으로 모델을 구현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제 다가오는 미래 시대에는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공유된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가 보다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문제를 해결해왔던 지식들은 점차 통합되어가고 있으며 통합된 지식은 계속해서 모두에게 공개되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판단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전문가만 내릴 수 있던 판단 능력마저 모두에게 공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컴퓨터를 활용하여 지식들을 융합하는 능력, 표현력, 새로운 문제를 인식, 해법을 제시하는 능력 등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예를 살펴볼까요? EBS Culture에 소개된 13세 소년 잭의 컴퓨터 이야기입니다. 잭이 13세일 때 가족처럼 지내던 아저씨 한 분이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슬픔에 잠겨있던 잭은 ‘췌장암이 뭐지?’라는 물음을 가지게 되었고 답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해 질문을 검색했습니다. 이후 ‘췌장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치료법은?’ 등과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죠. 오랜 탐색을 통해 췌장암의 검사 방법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찾았습니다. 기존의 췌장암 검사는 약 14시간 정도의 검사 시간이 걸리고, 정확도가 30% 정도에 불과하지만 비용은 무려 1회 800달러(약 백만 원) 정도로 비쌌던 것이죠. 잭은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더 좋은 췌장암 진단 키트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잭은 계속된 지식 탐색과 연구를 통해 암에 걸렸을 때 특정 단백질이 증가한다는 사실과 단백질의 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 베이스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약 4000여 번의 노력과 실패 끝에 '메소텔린'이라는 단백질이 췌장암, 난소암, 폐암 등에 걸렸을 때 급속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메소텔린을 검출해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읽은 과학 논문에서 읽은 탄소 나노 튜브에 항체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이 연구 끝에 검사 시간 단 5분, 검사 정확도 90%, 가격은 약 3센트 밖에 되지 않는 췌장암 조기 진단 키트를 발명해냈습니다. 그때 잭의 나이는 겨우 15세였습니다.
컴퓨팅 사고는 컴퓨터 SW의 구현 능력이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절차적으로 고민하고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컴퓨팅 사고의 시작입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SW 구현을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고, 아니라고 하더라도 SW 개발자와 협업할 수도 있습니다.
컴퓨팅 사고에서 필요한 것 중의 하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끈기, 실패에서 희망을 찾는 회복 탄력성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수없이 많은 장벽을 만나고 그 가운데서 실패를 경험합니다. 실패 과정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지식과 탐구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전을 계속해야 합니다.
글로벌 IT 기업 ‘청소년을 위한 AI’ 아시아 총괄을 맡고 있는 안슐 소냑은 EBS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에 중요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회복 탄력성, 지역 사회적 난제를 직접 부딪쳐 해결해보려고 하는 인내심, 그리고 팀을 만들고 각자의 역할을 맡아 도전하고 협업하는 능력입니다.”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각자가 쌓아온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성이 생겨나고, 융합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컴퓨팅 사고력은 지식, 창의성, 융합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의 새로운 싹을 틔우는 과정입니다.
컴퓨팅 사고는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미래에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능력과 데이터의 활용 능력이 더욱 주목받을 것입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현실 문제를 파악하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결 방법과 정책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데이터가 활용됩니다. 데이터를 다루고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컴퓨팅 사고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학교에서 어떠한 문제를 발견하고 SW를 활용하여 해결할 기회가 많지는 않습니다. 동아리나 캠프 등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하는 활동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컴퓨팅 사고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그중 하나를 구현해보는 활동이 도움이 됩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대략적인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디자인 씽킹이란 문제를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해서 시제품을 제작하고 테스트를 하는 단계를 말합니다. 실제로 시제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더라도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어떻게 구현 가능한지 이론적으로 혹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살펴보는 것도 컴퓨팅 사고력을 기르는 좋은 방법입니다. 앞에서 잭이 췌장암 치료법을 개선한 사례에서 (SW 능력이 아닌) 정보 검색과 지식 탐구의 힘으로 인류 전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찾기도 했습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패를 딛고 빨리 일어서는 능력’은 개인에게 큰 자산이 됩니다. 실제 예시로 2018년도에 카카오톡 챗봇 개발을 통해 학교 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학생들을 지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들은 6개월의 시간을 통해 챗봇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는데, 출시 발표 소감에서 “늘 95% 망했다고 생각했을 때 5%의 가능성을 계속 물고 늘어졌다. 그렇게 망했다는 포기 직전까지 갔던 5~6번의 고비를 넘어서야 최종 결과에 가까이 왔다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성공은 한 번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보완과 분석, 개선과 도전이 성공에 다다르기 위한 이정표가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