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학교에서 진로 지도를 하다 보면 교사와 학생 모두 전공에 대한 지식이 막연할 때가 많습니다. 교사도 해당 교과와 관련이 없는 전공에 대해서는 전공 안내 책자 혹은 지인 및 졸업생의 이야기 등 간접 경험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들도 그런데 학생들은 더욱 전공에 대한 지식이 좁은 편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학과들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내용을 배우며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각 전공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례와 일부 전공에서는 어떤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면 좋을지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법은 사회 질서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칙을 만들고,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제제를 가함으로써 사회가 올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국가적으로는 헌법, 법률, 조례 등이 있으며 학교에서는 교칙이 있고, 심지어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모여 놀 때에도 나름의 질서와 규칙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법은 인류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입니다. 법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갈등을 조절하는 기준을 마련하기도 하고, 사회의 질서를 흩트리는 기업이나 개인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2021년 8월 말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를 개정했습니다. 소위 '구글 갑질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왜 필요할까요? 구글은 2022부터 자사의 입점 앱에서는 웹사이트 결제를 차단하고 구글이 개발한 자체 결제 시스템만을 활용하기로 정책을 변경했습니다. 앱 마켓 외부에서 결제가 되면 구글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지만, 구글의 결제 방식을 이용할 경우 결제 금액의 30%를 구글에 내야 합니다. 인앱 결제를 지금까지는 게임 앱에만 적용해왔지만 내년부터 전체 앱에 실시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구글에 입점한 업체가 타 앱 마켓에 진출하는 것도 막고 있다는 의혹도 받아왔습니다. 국회는 이러한 구글의 정책이 소비자와 게임 업체에 피해를 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법을 개정했습니다. 개정된 법에는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다는 내용과 정부에서 실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법을 통해 거대 기업으로부터 소비자와 개발자,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들을 보호하는 테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회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치 놀이터에서 놀이를 하다가 특정 변화가 일어나면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 마련입니다. 한쪽 팀에 키가 크고 힘이 좋은 새로운 멤버가 나타나면 놀이 규칙을 적절하게 조정하거나 규칙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법학에서도 사회의 변화에 맞춰 법을 살펴보고 필요한 법을 만들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의 변화, 자율주행으로 인한 도로체계와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책임 판정,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독점 및 플랫폼의 갑질 규제,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 등에 대한 새로운 기준과 법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2018년, 법학과 법조계에서는 '한국 인공지능 법학회'를 창립하고 학술대회를 열고 있으며, 다양한 인접 학문과의 교류를 넓히고 있습니다.
법학에서는 크게 법을 만드는 역할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 서비스 역할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입법 과정에서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가 미국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미국의 정치판을 흔들겠다는 목표를 가진 미국의 스타트업 피스컬 노트의 대표인 팀 황(한국명 황태일)은 21세 때 정치학과와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가 설립한 피스컬 노트는 미 연방과 50개 주의 정부, 의회, 법원이 공개한 법안들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상원, 하원 의원들의 과거 투표 성향까지 파악한 후 법안 통과율을 인공지능으로 90% 이상의 정확도로 예측합니다. 이 기업은 2014년 CNN에서 세계를 바꿀 1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고, 2016년 포브스는 30대 이하 유망주 30인으로 선정하기도 했으며 약 2800억 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법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법조인의 업무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기술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기존 판례에서 비슷한 사례의 문서를 검색하거나 계약 점검, 소송 결과 예측, 법과 관련된 서비스 자동화 등을 들 수 있습니다. Kira System, LawGeex, eBrevia 등과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는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계약들을 분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로펌 Hostetler는 IBM의 왓슨 시스템 기반에 개발된 ROSS라는 법 전문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들은 의사들이 왓슨에게 병과 관련한 진단, 검증을 활용하듯 ROSS 시스템에 저장된 관련 법들을 조사하고 연관성이 높은 법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법과 관련한 교육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과 있습니다. 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에서는 법과 관련한 정보가 없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변호사와 함께 어떠한 법적 대응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LawBot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법적인 정의가 잘 되어있는 이혼법에 초점을 맞추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점차 범위를 확대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