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열쇠를 하나 복사할 일이 있었는데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산책도 할 겸 첫째 손을 잡고 잠시 나갔는데 열쇠 집들이 다 문을 닫았네요. 그렇게 좀 걷다 보니 안양역 앞에 구두 닦는 것과 열쇠 복사를 함께 하는 조그마한 컨테이너를 발견했습니다.
문을 열었더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앉아계십니다. 열쇠 복사를 부탁드리자 아이가 물어봅니다.
"아빠, 할아버지 뭐하시는 거야?"
"열쇠 복사하는 거야."
"저 열쇠는 언제 쓰는데?"
그러자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순간 현관문을 디지털 도어로, 차 문도 스마트 버튼으로 누르는 것들만 보더니 열쇠 쓰는 걸 본 적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할머니가 웃으시며 말하십니다.
"요새는 번호로 다 누르고 문을 열어서 열쇠 쓸 일이 별로 없어. 문 잠그거나 열 때 쓰는 거야."
할아버지가 그러시네요.
"우리 같은 늙은이는 다른 것도 못하고. 이제 할 일이 점점 줄어들어요. 점점 필요 없어지는 거지."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필요해서 찾아왔잖아요. 아직 문이 다 바뀐 것도 아니라서 할 일 계속 있으실 거예요."
그러자 별말씀 없이 두 내외분이 씩 웃으십니다. 괜히 기분이 좋으신지
"아이고, 이쁜 딸 낳으셨네. 정말 이쁘다."
그 말씀이 그냥 좋았습니다. 세상이 필요 없다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살아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연결되어있으니까요. 열쇠 박스 할아버지, 할머니도 당연히 소중한 분들이시듯 저와 2-선 한 명 한 명 모두가 동일하게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내가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 것. 그것이 꿈을 키우는 첫 발걸음입니다. 소중한 여러분을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