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종례의 글 - 마음의 나무를 심자.
종례 후 학급 단톡방 글 배달
식목일로 인해서 다음 주 월요일에 재량 휴업을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나무를 심어본 일이 사실 없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식목일이라며 동네 뒷산에 가서 동네 형, 동네 친구들과 함께 나무를 심자고 난리를 쳤다. 그런데 나무는커녕 이상한 잡초를 심는 바람에 그 근처 밭에서 일하시던 아저씨에게 야단 맞고 쫓겨나기만 했다.
아버지가 비닐하우스 고추 농사를 지으셨기 때문에 나무 묘목 대신 모종(어린 식물)을 밭에 심으시는 모습은 많이 봤다. 어렸을 때 밭에 가보면 손바닥만 한 고추 모종들이 줄지어 가지런히 심겨있었다. 내가 보기엔 모종은 날마다 똑같은 모습인데 아버지는 잘 자란다며 물도 주시고 비닐하우스 환기도 시키면서 정성껏 작물들을 돌봐주셨다. 아버지의 보살핌속에 모종들은 쑥쑥 자라서 몇 주 뒤에 가보면 손바닥만 키가 어느덧 무릎 높이만큼 자라 있고, 한 두 달 후에 가보면 내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쭉쭉 성장해있었다.
아버지의 농사를 보면서 성장에는 믿음과 기다림이 매우 중요함을 느꼈다. 좋은 물과 햇빛, 온도 등 적절한 보살핌이 있다면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믿음. 더디게 자라더라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도록 시간을 보내는 것. 아무리 농부가 최선을 다해도 시간이 지나야 만 성장이 일어난다.
30살이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기댈 수 있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되자.'는 마음의 나무를 심었다. 열정만 활활 타며 취업의 문을 숨 가쁘게 뚫고 이화여고에 막 출근하던 날, 목표 지향적이던 30살에서 다른 사람들도 포용하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으로 삶의 방향의 핸들을 서서히 돌렸다. 그렇게 나에게 없던 새로운 나무를 심고 10년간 가꾸던 중에 때로는 가지가 꺾이고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휘청휘청 흔들리는 아픔도 겪었다. 그렇게 10년간 여리게 출발했던 마음의 묘목을 소중하게 가꾸어 가다 보니 어느새 10년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품어줄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된 것 같다. 더불어 나의 허당끼 가득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함께 행복해주는 2학년 선반이라는 선물도 받게 되었다.
공부를 통해 지식을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소중한 꿈을 가꾸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식목일도 다가오는데 10년 동안 키우고 싶은 나무 하나를 마음속에 심어 보는 건 어떨까? 너희가 서른이 가까워지는 2031년에는 2021년에는 없었던 커다란 나무가 마음속에 이만큼 자라 있을지도 모르니까.
쌤은 '더욱 새로운 꿈으로 날개를 펴고 날아오는 사람'이라는 나무를 또 심었단다. 그 첫 단계가 작가가 되는 것. 그 첫 단추를 너희들과 함께 있을 때 꼭 이루고자 오늘도 나무를 가꾸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