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례 후 학급 단톡방 글 배달
매년 여름방학마다 제대로 휴가를 갔던 적이 없었습니다. 보충수업에, 캠프에, 뭐가 그리 바빠서.. 휴직했던 작년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늘 그렇게 제대로 휴가를 못 챙기다가 정작 7월이 되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급급 펜션을 검색하곤 했어요. 그렇게 갔던 펜션들은 하나같이 아쉬움이 많이 컸습니다. 꼼꼼히 후기를 읽거나 평을 살필 틈이 없이 빈자리를 재빨리 잡아와야 하니 기대 40%, 걱정 60% 정도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죠.
아쉬운 것은 아이들에게 며칠 전날에서야 "이번 주에 놀러 가자."라는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설레고 들뜰 시간을 줘야하는데 갑자기 펜션이라니! 어?? 하다가 내일 출발..더욱 안 좋았던 것은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켜 주기보다는 피곤한 아빠의 모습을 오히려 분위기를 다운시킨거죠. 거의 100번 가까이 열었다 닫았다 했던 인터넷 검색 끝에 예약을 완료하고 뻘건 눈으로 이야기합니다.
"(급피곤..) 얘들아....이번 주 금요일에 펜션 가자..... (아, 드디어 임무 완료)"
"어? 진짜? 우와~"
"아이고.. 아빠 눈이 아파서 좀만 쉴게...(침대 위 털썩)"
이런 맥 빠진 스토리가 반복되곤 했죠. 아이들은 신났지만 아이들만큼 신나지 못했던 아빠의 모습만 잔뜩 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그나마 몇 달 전인 5월에 꼭 펜션 예약을 완료하리라 다짐하고 (사실 이것도 빠른 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만..) 며칠 전부터 펜션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7살 둘째가 옆으로 쑤욱 오더니
"아빠, 뭐해?"
"펜션 알아보려고."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더니
"수영장이 있었으면 좋겠어."
"수영장 지금까지 다 갔었잖아?"
"응. 그런데 추운 수영장 말고 따뜻한 수영장."
무슨 뜻인가 생각해보니.. 작년에 갔던 펜션은 맑은 강물을 펌프로 퍼올려 수영장을 만드는 바람에 물이 너무 차가워서 고생을 했었고, 재작년에는 하필 비가 내리기 전 바람이 많이 불던 강화도에 가는 바람에 조금 놀다가 덜덜 떨며 들어왔던 기억이 났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 옆자리에 앉혀서 같이 펜션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8시 40분이면 졸려서 비실비실하던 녀석이 9시가 되어서 눈이 초롱초롱합니다. 그렇게 함께 펜션을 찾아서 예약을 완료하 고나니 저도 기분이 좋고, 아들도 신이 났습니다.
늘 엄마 아빠가 해주는 것만 받는 입장에서 어느새 자신의 의견도 이야기하고, 선택의 과정도 함께 하는 둘째를 보면서 이만큼 컸구나 싶습니다. 엄마 아빠가 다 챙겨주는 게 편했겠지만 아이들은 편한 것보다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펜션을 함께 살펴보며 예약하는 과정에 함께 한 것만으로도 아이는 이미 여름 휴가철에 와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가 학교 다니며 고민하는 성적과 진로라는 것도 그래요. 모든 걸 마법처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라면 좋겠지만 그렇게 완벽한 가이드만 따라다니면 재미가 없고 신나지도 않죠. 과정에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장은 최선의 결과가 아닐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최선을 찾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재미있어요. 조금씩 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다음 주 면담을 앞두고 있습니다. 담임은 여러분의 마음을 알고 싶고,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미안하게도 저는 완벽한 해법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해법을 찾는 탐색은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펜션의 모든 정보를 몰라도 둘째와 함께 찾아가는 즐거움을 느꼈던 것처럼 여러분의 꿈과 고민의 해법을 함께 찾아가고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