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 종례의 글 : 감정에 속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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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딩하는 수학쌤

어젯밤 이상하게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뭐 특별한 일도 없고 어떤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아이들 둘을 재우고 나니 그냥 뭔가 기분이 이상해졌다. 내일 1교시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계속 공부하고 있는 것들을 정리도 해야 하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매일 있어왔던 일이기 때문에 특별히 우울함을 줄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품을 하고 있던 둘째와 잠이 안 온다며 투덜대는 첫째를 재우고 혼자 거실에 털썩 누웠다. 뭐지, 이 기분은? 마치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기력감 같은.. 그런 기분이 한 번 마음을 휘젓고 나면 의욕도 떨어지고 괜히 냉장고 한쪽을 자리하고 있던 맥주캔에 눈이 자꾸 가기만 한다.


순간 비슷한 기분으로 누웠던 옛날의 한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대학교 기숙사에 누워있던 모습.. 군대 입소해서 낯선 훈련소에 누워있던 모습. 전역을 앞두고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올 때의 모습.. 낯선 서울에 올라와 외롭게 자취방에 혼자 누워있을 때의 모습.


특별하지 않게 툭 올라오는 순간의 우울함은 잠깐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과 비슷한 경험과 같다. 하루 중 한 번 돌에 걸려 넘어진다고 그 길을 가던 걸 포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지. 그냥 감정은 시간에 따라 흘려보내면 된다. 특별한 의미부여를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을 때가 많다. 때론 감정은 시간과 함께 지나간다. 어제도 그랬다. 순간 우울한 감정이 올라왔지만 그냥 그런 날인가 보다 하고 일찍 자버렸다. 그랬더니 어제 우울했었던 감정이 있었다는 게 이제야 생각이 났다.


감정에 속으면 안 된다.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느끼는 감정이 전부가 아닐 때가 훨씬 많다.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씨. 그 마음씨가 흔들리지 않으면 충분하다.


우울할 때는 감정에 심취하기보단 일찍 자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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