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예지 사진작가의 에세이
이제는 슬픔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 또한 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전하고 싶었지만 꿀꺽 삼켰던,
끝내 들키고 싶은 모습을 이 책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 황예지-
황예지
사진가. 서울 태생.
사진집 <Mixer Bowl>, <절기 Season>을 출간.
상처를 키워가며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황예지 작가의 아픈 상처는 이제 곱게 아문 것 같다.
새살이 돋아 다친 곳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이제는 그 기억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할 정도로 멀어진 것 같다.
한때, 차가운 시선 가득한 낯선 세상을 경험했을지라도
지금은 자신의 아픔과 마주하고, 스스로 자신을 보듬어주고 치유하며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킨
젊은 사진작가 황예지의 에세이를 읽은 날,
정말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매일매일 다정한 세계를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책 한 권 덕분에 잠시나마 다정한 세상을 상상하고 꿈꾸며, 경험했던 그 날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저자: 황예지 (바다출판사)
황예지 작가의 말에 의하면, 감정 표현에 서툰 자신이 '말'을 대신할 무언가를 찾기 위해 사진을 택했다고 한다. 사진을 찍고 짧은 글을 쓰는 동안 솔직해질 수 있었다고.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읽으면서 왜 제목이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인지를 떠올리게 되었고 그 의미를 나름대로 찾을 수 있었다.
현실이 다정하지는 않더라도, 그 사람의 인생이 100% 불행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 그랬다. 행복의 반대말이 불행이 아니라고.
나도 불행이란 단어를 싫어하고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암에 걸렸다고, 명품을 하나도 갖지 않았다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키가 작다고 , 살집이 많다고 해서 결코 불행한 것은 아니다. 상대를 자신과 비교하며 측은한 마음을 갖는 것은 오만함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굴곡 없는 인생은 없지만, 예지 작가는 어린 시절에 일찍 삶의 굴곡을 경험한 것 같다. 물론 그 와중에도 따뜻한 마음과 용기를 가진 저자는, 때로는 주눅 들고 힘들었겠지만, 그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자포자기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며 열심히 살아왔기에, 이렇게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의 글이 좋고 나쁘다고 말할 자격은 없지만, 책을 읽는 동안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 정도로 다정하게 느껴졌고, 상대방의 글이 전혀 불쾌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책을 덮은 후에 기억나지 않더라도, 감흥은 사라지지 않는 글이 있다.
작가의 책이 내게로 왔던 날, 순간이나마 다정한 세계로 초대받은 기분을 만끽했다.
조그만 몸을 침대 밑에 숨긴 날, 아빠는 사라진 나를 찾기 위해 내 이름을 연이어 불렀다. 예지야, 예지야. 이름이 공기에 타고 흐를 때 비로소 내가 된 기분이다. 나는 여전히 그들과 숲에 가고 싶다. 볕 좋은 날 우리가 아는 숲으로 가자고 청하고 싶다. ( 우리는 숲으로 가요 p135)
*사진과 글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책*
한대수 <나는 매일 뉴욕 간다>- 자유인 한대수, 뉴요커 한대수가 들려주는 인생과 예술 이야기
김명중 <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 폴 매카트니 전속 사진작가 MJ Kim의 이야기
*사진가의 삶을 다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우연히 발견한 필름으로 인해 세상에 알려진 사진, 하마터면 묻혀버릴 뻔한 주옥같은 작품의 주인, 비비언 마이어의 삶을 흥미 있게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뱅뱅클럽>-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의 고뇌도 고충도 함께 느꼈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