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해야 할까, 잡식해야 할까.
최근에 고르는 책마다 죄다 재미가 없었다.
책을 읽고 리스트를 작성하는 습관이 있지만, 내 취향에 맞지 않았던 책을 적당히 꾸미고 요약해서 글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재미없어서, 재미없어요! 하는 건, 내 마음속에서 충분히 했다.)
사람들은 책을 고르는 기준이 뭘까? 궁금해졌다.
예전엔 이 책 저 책, 그냥 출판사의 몇 줄 홍보만 보고 선택했다.
지금은 출판사의 상세한 리뷰, 오히려 가끔은 독이 된다( 너무 길어서 분량에 지치니까), 를 참고로 삼는다.
하지만 대부분 신문의 신간 코너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필요에 의해서, 이 책을 읽다 보니 저책도 가지치기하듯 선택의 영역을 확장시키곤 한다.
골라낸 책은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당연한 것은, 내가 내 취향을 아니까.
하지만 내 기호에 맞는 책일 거라 생각했는 데,
최근에 빌려본 10권 가까운 책이 모두 내 예상과 달랐다.
너무 가볍고 알맹이가 없어 시간낭비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누구라고 언급하지 않았으니, 비난도 비평도 아니다.)
기분전환용으로 책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이번엔 오히려 에너지 소모처럼 느껴졌다.
1장을 펼쳤는데 벌써 끝이 어딘지를 찾아본다.
물론 이 책이 누군가의 취향에 맞을 수 있다.
그저 내 마음에 안 들뿐이다.
(나쁜책, 좋은책으로 구별할 수 없다.)
음식도 책과 비슷하다.
골고루 먹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
맞는 말인데, 나의 경우 편식을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바로 몸이 알아채고 반응하니까.
결국 내게 맞는 몇 가지 극소수의 음식을 골라먹어야 하는 데,
책도 그런 것 같다.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내가 필요한 책, 내가 읽고 싶은 책만 골라도 시간이 부족한데,
굳이 억지로 힘들게, 책을 붙잡고 있으려니 답답하다.
수험서, 실용서, 목적을 위해 고른 책이라면 몰라도.
소화 잘되고 맛있는 음식이 몸에도 좋다면, 이야말로 행복이다.
책도 그렇다. 재밌고 유익한 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늘 재미난 책만 만날 수는 없다.
(양약고구...)
쉬운 문장이라 좋다고 생각했는 데, 남는 게 없는 책
어렵지만 읽어냈더니 도움이 되었던 책
그럼에도 생각의 여지를 주었던 책도 많으니까.
소화가 안돼 어려운 책은 그만둘까, 말까를 고민 중이다.
그저 꽂아둔 책들, 결국 먼지만 쌓인 체, 나중엔 한꺼번에 처분하겠지...
별 것 아닌 일로 생각이 많아졌다.
그냥 내가 읽고 싶을 때 읽자.
그리고 신청한 책들은 아쉽지만 , 중도 포기를 선언, 다시 돌려줘야겠다.
괜히 붙잡고 있다 타인이 빌릴 기회까지 멀어지면 안 되니까.
결국.
나는 책도 편식하게 되었다.
* 충격적이었으나 재밌게 본 책/영화*
귄터 그라스 <양철북>
아고타 크리스토퍼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한 줄 요약도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