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영화/음악
얼마 전, 라디오에서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의 장르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라고 청취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을엔 누아르다, 가을엔 로맨스다. 둘 중 어느 장르가 어울리는지, 그 이유와 추천하는 영화가 있다면 보내주세요."
가을이라고 특별히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나? 음식, 옷이라면 쉽게 추천하겠는데,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의 장르라... 호러는 여름철에 인기인데, 재밌고 좋은 영화는 계절과 무관했던 것 같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나 스필버그라면 언제나 환영)
또,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책보다는 청명한 하늘 쪽에 더 시선이 간다. 통계에 의하면 여름이 오히려 독서량이 는다고 했다. 여름엔 더위를 피해 시원한 실내에서 책을 읽고, 가을엔 단풍구경에 밖으로 나간다고.
그런데 얼마 전에 읽은 이 책이 가을에 조금 더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상페의 음악>
장 자크 상페 지음
미메시스 (2020.10. 출간)
상페에 대하여 잘 몰라도, 그림을 보면 기억날 것 같다.
좀머 씨 이야기, 꼬마 니콜라에 나오는 작고 귀여운 사람들.
프랑스 출신의 삽화가 장 자크 상페. 그가 실은 음악가의 꿈을 꾸며 살아왔다는데. 음악 없는 인생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윙> 없는 음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
저널리스트 마르크 르 카르팡티에와의 인터뷰를 책으로 엮어낸 <상페의 음악>에는 고전음악가부터 극작가, 작사가, 재즈 피아니스트, 샹송 가수, 재즈 가수, 트럼펫 연주자 등 수많은 음악가를 만날 수 있다. 삽화가로 명성을 쌓아온 그가 음악에 대해 이렇게 할 말이 많을 줄, 상상도 못 했다. 책 페이지마다 가득한 음악가들의 이름을 합하면 수백 명은 될 것이다. 음악을 즐기는 수준 이상으로, 음악사 전반에 대해 조예가 깊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마치 음악 백서 인양, 한 세기를 통해 만난 음악가들이 총출동한 느낌이다.
특히 재즈와 샹송에 대해 감정의 깊이가 남달라서인지, 책은 이 계절 가을에 잘 어울릴 것 같다.
상페가 사랑한 음악을 찾아 듣고 그의 삽화를 보며, 음악이 흘러나오는 전시회장을 떠올려본다.
재즈나 샹송을 몰라도 그가 사랑한 뮤지션들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수확이 아닐까 싶다.
"내 삶을 구원해 준 건 음악입니다.
음악이 아니었다면 나는 미쳐 버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말입니다!" (본문 p81)
*가을에 좀 더 생각나는 영화/음악*
<필름스타 인 리버풀>- 뽀얀 미소년 빌리 엘리엇이 신나게 춤추던 그 모습은 여전히 생생한데, 제이미 벨이 이렇게 성숙한 연기를 펼칠 줄... 아네트 베닝과 연인으로 나오고, 두 사람은 매우 잘 어울렸다.
<하늘을 걷는 남자>- 가을이라서 생각나기보다, 가을 하늘을 쳐다보니 떠올랐다. 높고 푸른 청명한 하늘, 좀 더 높이 올라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을 상상하니, 바로 조셉 고든 래빗 주연의 <하늘을 걷는 남자>가 생각난다.
꿈은 직업이라고 규정짓기 쉬운 데, 꿈은 다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꿈을 실현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 엄청난 노력의 투여를 여실히 보여주었던 영화. 그가 하늘 위를 걸을 때 짜릿한 감동, 그리고 전율이 느껴졌다.
카타르시스!
실은 가을이 아니라도 두 영화를 좋아합니다. 괜히 억지로 엮어봅니다.
and
Lou Reed의 < perfect day>
계절에 어울리는 것들도 분명 있지만, 내 마음 상태와 호르몬 분비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