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카약 횡단

그래픽 노블 <도바의 바다>에 대한 이야기

by 깔깔마녀

무동력 카약으로 대서양을 세 차례나 횡단한 사람이 있다.

폴란드의 알렉산드르 도바는 34세부터 카약을 타기 시작, 폴란드의 강과 근처 바다가 익숙해지자 결국 대서양 횡단이라는 꿈을 품게 된다.

2010년 세네갈, 다카르를 시작으로 98일간의 대서양 카약 횡단에 성공한 후, 다시 두 차례 더 시도하여 각각 167일, 111일간의 긴 여정을 성공리에 마치게 되었다.


카약으로 대서양 횡단하기

1. 설계와 제작

도바가 직접 설계, 구상한 스케치를 바탕으로(요트 전문가 아르민스키의 도움으로 제작) 만들어진 대서양 횡단 카약 '올로'. 가라앉거나 뒤집어지지 않고, 뒤집혀도 곧바로 제자리를 찾는 특별한 카약은, 길이 7m, 가장 넓은 곳은 폭 1m, 무게 300kg으로 카약 치고는 큰 편이다. 시험 운항을 거쳐 몇 차례 개량을 거듭한 후, 바다로 나갈 준비를 마치게 된다.



2. 짐 싣기

카약은 항해를 하는 동안 자신의 거처가 되어줄 곳이므로, 짐 싣기는 그의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자 항해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이다.

노, 카약복, 특수장갑, GPS 송신기와 통조림, 콩, 커피, 설탕 등 기본적인 식량, 그리고 물 공급 장치인 담수화 기계와 발전기, 내비게이션 등을 채우니, 다리를 뻗고 잘 공간조차 생기지 않는다.

카약에 실은 짐

3. 본격적인 항해의 시작

망망대해 위 일엽편주처럼, 카약 한 척에 의지한 체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되었다. 가끔 가족, 친구와 연락도 하고 꾸준히 만난 바다의 친구들 -새와 물고기, 바다거북, 곤충 -덕분에 항해가 그리 외롭지는 않아 보였다. 때로는 반갑지 않은 손님들- 해적, 상어, 고깔 해파리떼의 출몰, 컨테이너선과의 충돌 위기 등-로 인해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항해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바다 한가운데서 생활하지만, 간혹 내리는 비로 샤워를 하고, 담수화 기계를 통해 만든 식수로 커피를 만들며 달콤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끼니는 주로 가루 수프, 건조식품, 통조림, 시리얼, 원두커피, 마른 과일 등으로 해결하는 데, 갓 구운 신선한 빵이나 과일의 유혹을 어떻게 참았을까 싶다. 늘 인스턴트에 의존하던 그에게 때때로 예상치도 못한 선물이 주어졌으니, 조종석으로 날아드는 날치는 보양식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식량으로 가득 찬 실내에서 다리를 구부린 체 자는 모습

4. 장애물과 위기
바다 밑도 육지처럼 협곡, 동굴, 계곡, 고원과 산이 있다. 커다란 배와 달리 카약은 바다 밑 지형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크다. 또 해류의 움직임과 기상 변화에도 주목해야 하므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오직 팔근육에 의존한 항해라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소금물에 피부가 벗겨지고 상처가 나도 노젓기를 멈출 수가 없음은 물론이요, 바닷물에서 수영을 한다거나 볼일도 마음 편히 보기 어렵다.-자세를 취하는 순간 냄새를 맡은 상어 떼가 주변을 어슬렁 거리기 시작


예상치 못한 일은 늘 일어난다. 기계가 말썽이다.

첫 번째 횡단에서 담수화 기계가 고장-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기계가 처음부터 불량품이었다고!- 나서 결국 수동 기계를 써야 했고, 두 번째 횡단에서는 위성 전화가 작동하지 않아 가족과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또 폭풍우를 만나 키가 부러지는 일도 겪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천신만고 끝에 세 차례에 걸친 대서양 횡단을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낸다.


세 번째 대서양 항해를 마친 며칠 후, 도바는 일흔한 번째 생일을 맞이하였다.

2015년 그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올해의 여행가상'을 받았고, 폴란드 대통령이 수여하는 폴란드 십자 기사 훈장을 받았다.

그의 이야기는 '해피 올로-올렉 도바에 대한 즐거운 이야기'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래픽 노블의 매력은 서사와 함께 뛰어난 예술성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인데, <도바의 바다> 역시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를 감상하기에 충분했다.

푸른색과 검정, 흰색이 전부인데 이는 밤낮으로 대비되는 바다의 모습과, 동시에 항해의 순조로움과 위기를 보여주듯 실감 났다. 칼로 새기듯한 세밀한 묘사는 도바의 항해를 더욱 입체감 있게 표현하고 있어, 폴란드 목판화 예술의 명성과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주인공인 올렉 도바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더욱 빛나게 만든 데는 분명 그림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글_아가타 로트 이그나치욱 (폴란드)
그림_바르트워미에이 이그나치욱 (폴란드)
옮김_이지원
산하 출판사. 2020.11.24일


*특별히 이번에만 책 일부를 올렸는데,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길까 봐 사이즈도 쪼잔하게...(결국 삭제할 것 같음)


*내가 좋아(=추천)하는 그래픽 노블*

아트 슈피겔만의 <쥐>

<모파상의 전쟁 이야기>

<펀 홈>

<사브리나>

<잭 런던:노동가이자 혁명가, 탐험가이자 소설가인 잭 런던의 세계일주>

<남극의 여름>

그리고 일러스트 <모비 딕>


*폴 자쿨레의 판화, 후쿠사이&히로시게의 우끼요에


그래픽 노블에 관심이 많아 영화를 본 전후로 그래픽 노블을 함께 봅니다. 설국열차와 모비딕의 경우 그림과 영화를 비교한 적도 있지만, 실은 각자 취향을 반영한 것일 뿐 어떤 것도 부족하다고 보긴 어렵겠습니다.

작품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그래픽 노블은 원작이 주는 감동을 뛰어넘기도 하는 데, <도바의 바다> 역시 실화의 감동 이전에 일러스트 자체에 대해 감탄했기에 소감을 남깁니다. 역시 예술이 주는 가치와 힘은 대단하네요.

아울러 예술작품은 누군가의 점유물이 될 수 있지만, 예술 자체는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자유롭게 즐기길 바랍니다.










































*도바는 201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올해의 여행가'상을 받았다.

그의 모험은 <해피 올로- 올렉 도바에 대한 즐거운 이야기>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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