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과 순항의 교차? 창작의 길

다시 작가의 고충을 생각하다.

by 깔깔마녀

'경고: 식후 이 책을 읽으면 뱃멀미와 같은 울렁증을 경험할 수 있음'

소설 '모비 딕'을 읽을 때였다. 방대하고 장황한 내용이 소화되지 못한 체 자꾸 되새김질하듯 올라왔다. 소설 한 편을 20일 가까이 걸려 끝낸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줄거리지만, 내용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끊어 읽어야 했다. 다행히 한 챕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은 건, 존경심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이런 책을 쓴 작가에 대한.


그나저나 책을 번역하는 데는 얼마나 걸렸을까. 여기에 비하면, 읽는데 투자한 내 시간은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작가가 집필한 시간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번역 또한 재창조이므로 이렇게 단정 짓기도 미안하다.

게다가 출간 당시 책은 혹평만 난무했으니, 허먼 멜빌의 심경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면 나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

책은 한마디로, 망망대해에서 난파된 채 구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버텼다고 할까? 그만큼 장황하고 지루한 시간이 흘러,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기에 좀 과장했다.

어쨌든, 고래심줄(먹어본 적은 없으나)만큼 질긴 소설, 모비 딕을 읽고 난 후 '작가의 고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위대한 작품 앞에서 숙연해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어려운 글쓰기는 멜빌뿐만 아닐 것이다. 명성과 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 실은 사후에도 계속 잊힌 존재로 남은 무명작가들도 수두룩하다. 오래전엔 여자들은 본인 이름으로 출간할 수 조차 없었다.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작가라면, 세르반테스도 수상감이다. 화가 고흐는 어떤가.

다행히 그들은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인사(인싸)들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쓰기’와 달리 ‘읽기’는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비딕 덕분에, 앞으로 더 어려운 작품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거란 용기가 생겼다.

그렇다면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도 시도해 볼까? 하다가도 어느새 , 혹시 이 책을 읽으면 '이해력 부족, 독해력 부족의 나 자신을 발견'한 나머지, 결국 ‘분노’ 게이지만 상승하는 게 아닐까 싶어, 일단 유보. 아니면 프루스트는 어떨까? 글쎄... 스완네 집까지 가다가 생각이 많아 다른 길로- 다른 책으로 - 셀 것 같다. 문제작들을 읽고 고심하는 것도 좋지만, ‘당분간'은 이름난(?) 책들은 멀리해야겠다. 또 체하면 약도 없을 것 같아서~.


# 막힘없이 줄줄 잘 쓰는 작가들이 얼마나 될까. 세상일이 노력한다고 다 잘되면 고민하지 않겠지. 누군들 노력하지 않을까. 고로 글쓰기를 통해 겸허한 자세를 배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내 글이 '이 따위 글' 일지라도, 어느 날 '통하면' 더욱 좋고, 아니면 어때. 글쓰기 말고도 잘하는 일이 많다고 믿는다. 다만, 글을 잘 쓰고 싶은 내 마음과는 다른 나의 능력 부족을 탓한 들, 이 또한 소용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즐겁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글쓰기 고충, 토로하지 말고 한 자라도 쓰자!




그래픽 노블 <모비 딕>을 쓴 크리스토퍼 샤부테는 참으로 영리한 것 같다. 이 긴 이야기를 어떻게 잘도 압축해서 분위기를 살렸을까. 다행히 모비 딕은 여러 버전이 있으니, 각자 원하는 대로 골라 읽으면 될 듯. 김석희 번역가의 책도 시도하려고 했으나, 당분간은 고래 이야기는 그만~.


참고

*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하트 오브 더 씨>



*책과 영화를 비교했을 때*

1. 원작(책)이 더 나았다고 생각했던

눈먼 자들의 도시- 영화는 긴장감이 덜했다.

야성의 부름- 내 이럴 줄 알았다. 영화는 동물과 인간의 우정 정도로만 보인다. 극한을 경험할 때의 고통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빈치 코드- 둘 다 지루한 게, 이유는 모르겠다.

더 디너- 오픈 엔딩치곤 너무 대책 없는 마무리. 뒷심 부족, 용두사미


2. 원작만큼 영화도 괜찮았던

의뢰인

그린마일

리스본행 야간열차


3. 원작의 분량에 압도되어 포기했지만, 영화 덕분에 좋아진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모든 것은 지극히 주관적 취향에 의거해서 작성.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바다거북 파수꾼의 신기한 동물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