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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Jun 19. 2021

글은 누구나 쓴다.

그럼에도 쓴 글이 낙서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자리가 없네..."

"자리가 없으면 서 가야지!" J의 심통 섞인 어조가 되돌아왔다.


지금부터 2년 전 여름.

2019년 처음으로 글쓰기 특강을 들었다. 3회 수업이라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으나, 글을 쓰겠다는 계기는 생겼고, 일종의 신호탄일까? 다음 해에 "브런치"에 가입하게 되었으니, 쓸데없는 짓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글쓰기 수업 중, 사람들이 웅성거리길래 들어보니  "J 씨는 브런치 작가래. 소설도 썼다는데?" 

사실 그때 브런치가 뭔지 몰랐다. 인터넷 글쓰기 플랫폼이란 걸 알게 되었지만, 찾아보진 않았다. 

강사가, 자신이 쓴 글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몇몇 학생이 제출했고, 모두 소개되었다. 그리고 합평 시간이 되었다.  내 차례가 돌아왔고, J의 글에 대해,  감성이 묻어나는 잔잔하고 관조적인 태도의 글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칭찬일색이었고, 나도 동감했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 (첫 수업이 재미가 없었는지, 학생들이 중간에 많이 나갔다.) 또다시 J의 글이 소개되었는데, 지난번과 달리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지루하고 장황했고 색깔이 너무 같아서 지겨웠다. 사람들의 혹평이 오갔다. 선생님도 지난번 글과 비교하면서, 하나씩 지적, 첨삭 수정하듯 설명이 길어졌다. 나는 이번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듣기만 했다.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어, 다른 블로그의 글들을 -같은 소재- 찾아보고 난 후에 대충이나마 짐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수업은 끝났고, 무슨 일을 하든 글은 써야겠다는 생각이 굳혀졌다. 일단 써야 졸작인지 수작인지 가늠할 것 아니냐고!


기분 좋게 집에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J를 만났다. 뭔가 고민이 가득해 보였다. 아는 척을 했다. 수업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왔고, 어쩌다 말이 길어졌다. 들어보니, 자신은 "글이 너무 관조적"이란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그야 자신만의 색이 있을 테니 그럴 수 있지...' 하지만  J는 글에 대해 자부심이 컸나 보다. 브런치 작가라고 사람들이  칭찬할 때의 표정과는 판이하게 달라 보였다. 고민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불똥이 내게 튀었다. 

내가 "소설 썼다면서, 소설에서는 보다 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나요" 

그러자 대뜸 " 그건 캐릭터니까!" 하고 소리친다.  눈에 힘이 들어간 게 섬뜩했다. 흰자위도 제법 보였고, 말도 짧았다. 당시 나보다 9살 가까이 어렸던 걸로 기억한다. 나이가 뭐 대수냐만은... 나는 말을 높이는 데, 상대가 말이 짧아지니, 헉...'내가 뭘 실수했지?' 


마침 버스가 왔고, 하필 함께 타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버스 안을 둘러보며 혼잣말로 "자리가 없네..."라고 했더니 , J 씨는 " 자리가 없으면 서서 가야지!" 하고 퉁명스럽게 받아친다.

그제야 ' 아, 수업 시간에 사람들이 한 이야기에 충격받았구나, 화가 났겠지...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러지?'라고 생각했지만,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종종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생각하느라, 그 자리에서 받아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하지 않는 행동을 타인이 할 때, 이해할 수 없어서 일까?


'헉, 뭐지... 이 사람...' 겉으로는 아주 차분해 보이는 게 사색하는 모습처럼 보였는데, 쌍심지 켜고 말하는 모습은 극과 극이었다.

'쳇, 뭐냐... 괜히 말 섞어서... 나만 이상한 사람 돼버렸네. 수업 시간에 정작 혹평했던 이들은 다른 곳에 있는데..'

역시, 타인의 글은 무조건 좋다 해줘야 해. 아님 말고. 괜히 말을 섞었다는 후회만 밀려왔다.

사람들은 비평도 받아들이겠습니다 라고 하지만, 정작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날 것이다. 댓글 창에 악플 다는 것과는 또 다르다. 대면에서 그런 말 들으면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나라도.

하지만 그가 나에게 분풀이하듯 소리쳤던 그 일은 아직도 쿨하게 잊히지는 않은 것 같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 갑자기 레이스가 펼쳐지듯 이 일이 떠올랐다.

<책 한 번 써봅시다>를 읽다가 옛날 일이 생각난 것 같다. 이젠 글로 적었으니, 마음에서 떠나갔길 바란다.




2020년 , 브런치 공모전을 알게 되었고,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작가라는 호칭은, 아직 내 것은 아닌 것 같다. 글을 쓰면 다 작가일까? 

중요한 건, 내 글이 제발 낙서와 일기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데, 아직은 그 수준으로만 보인다. 그래도 쓰다 보면 어느 날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노력해본다.  


한 마디 더, 타인의 글을 평할 때는 수준급으로 해야 한다.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게, 눈치 못 채게. 그렇게 못할 거라면 차라리 말을 말자. 그나저나, 나는 그 작가의 닉네임도 기억난다. 찾아보았으나 동일인이 여럿, 방문해서 읽지는 않았다. 더 읽고 싶은 글도 많고, 답방 못한 곳도 수두룩한데 굳이 읽고 싶지 않았다. 이 정도 뒤끝은 있어야지? 역시 쿨 하지 못하다. 

다만, 내가 쓰는 글만큼은 "쿨하게 때로는 핫하게", 다양한 온도차를 느낄 수 있길 바랄 뿐.



장강명 <책 한번 써봅시다>

삽화가 귀여워 선택, 더 이상 책 쓰기 글쓰기 책은 읽기 싫었는데, 장강명 작가의 글이라서 선택.

글쓰기의 팁을 알려주기보다, 글쓰기에 대한 환상과 선입견을 없애주었다. 글은 때로는 욕먹을 각오하고 쓸 배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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