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베트의 만찬

by 깔깔마녀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는 베키가, <바그다드 까페>에서는 야스민이, <스파이더맨>의 어린 피터에게 토니 스타크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과연 그들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비교적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라면 다행인데, 줄거리만 보자니(앞의 두 영화) 지루하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가능성도 적지않아 보인다.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을 위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인생을 갉아먹는 불행한 일들로인해 무기력에 빠진 체 살아가던 길버트에게, 어느 날 자유로운 영혼 베키가 나타난다. 그녀는 길버트에게 신선한 자극이었고, 결국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만든다.

황량한 사막의 다 쓰러져가는 카페에 야스민이 찾아온 후 황무지였던 마을에는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웃음꽃이 피게된다.(진짜 꽃도 피운다) 또래와 어울리며 평범한 학교생활을 할 피터 역시 세상을 구하는 일에 구체적으로 눈뜨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은 누군가를 만나며 시작되었다. 비록 우연한 만남일지라도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경우를 보게되니, 이래서 종종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 같다.

가뭄에 단비처럼 상쾌했던 만남이거나, 생명의 은인처럼 소중한 만남을 경험했다면 '나는 이런 사람도 만난 적 있다.'라고 자랑하고 싶어진다. 비단 현실의 인물이 아닐지라도 마찬가지다. 책(영화)속 인물도 그 중의 하나다. 수많은 주인공들 가운데 여전히 또렷한 기억을 남겨준 사람, 그 이름을 떠올리면 늘 미소짓게 되었던 한 사람... 바로 "바베트"를 소개합니다.



<바베트의 만찬>


가족과 모든 것을 잃고 더는 프랑스에 머물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바베트 에르상은 어느 날 한통의 편지를 갖고 노르웨이의 시골 마을에 찾아옵니다. 그녀가 겪은 시련은 이루말할 수 없는 슬픈 일이었지만, 위엄을 잃지 않은 체 전혀 내색도 없이 어느 자매(목사의 딸)의 집에서 가정부로 지내게 됩니다. 자매는 바베트가 프랑스인 특유의 사치와 화려함을 고수할까봐 걱정을 하며, 음식은 최대한 간소하게 하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살것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자매의 걱정과 달리 바베트가 이곳에 온 후 살림에 드는 비용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어느 날 바베트는 자매에게 목사의 생일 축하 만찬 요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며 간곡한 부탁을 합니다. 커피말고는 손님을 대접한 적없는 자매는, 만찬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바베트의 단호하고 간절한 눈을 보는 순간 허락하고 맙니다.

이제 바베트는 숨겨왔던 멋진 솜씨를 발휘해 진짜 프랑스 요리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다녀온 바베트는 자매들의 가정에서는 볼 수 없던 생소한 술병과 잔, 그리고 이름있는 포도주까지 가져옵니다. 바베트는 마법을 부리듯 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식탁을 한가득 채웁니다. 초대된 손님들이 도착하고 바베트의 만찬을 들기 시작하는데요.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신 후 사람들의 반응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거 참 놀랍군' '내가 마셔본 것 중 최상이야'라고 말하듯 표정이 달라집니다. 수프를 한 입 먹은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찬이 끝난 후 심각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즐거워 보입니다. 바베트의 만찬이 더해준 온기가 그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해 준 것은 분명하네요.


마침내 바베트는자신의 신분을 공개합니다. 알고보니 유명한 레스토랑의 요리사였네요.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제겐 그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었죠. 제가 최선을 다할 땐 그들에게 완벽한 기쁨을 줄 수 있었어요."




모든 것을 다 잃었다는 여인이 어디서 이런 돈이 생겨 만찬을 준비했을까요? 돈의 출처는 밝히지 않겠지만(스포일러) 바베트는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모두 털어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극진한 노력과 정성이 빛을 발하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바베트를 만난 사람들도 저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동화같은 이야기지만 바베트를 떠올리는 지금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자: 이자크 디네센 (카렌 블렉센)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자.

덴마크 태생/ 케냐에는 카렌 블릭센 박물관이 있다.

*볼드체는 인용





IMG_6643.JPG 함께 했던 조촐한 디저트 타임을 기억하며.







*팍팍한 삶을 촉촉하게 해 준 영화들*


<길버트 그레이프> -조니 뎁, 디캬프리오, 줄리엣 루이스 모두 풋풋합니다. 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 - 로버트 레드포드가 메릴 스트립의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을 보며, 그게 뭔지는 몰라도 '사랑'의 감정이라 확신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불륜. 영화를 안 본 사람도 배경음악은 안다는 그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


*영화가 언제나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해 주지는 않습니다. 보는 이의 몫이겠지요. 순간순간 행복의 맛을 느끼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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