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즐거움이 가져다준 깨달음

온천 명인의 온천 순례기

by 깔깔마녀



「온천 명인이 되었습니다 목욕 가방 들고 벳푸 온천 순례」

저자 안소정


온천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일본 온천 명인 도전기


일본 규슈 지방의 도시 벳푸는 한국인과 일본인 모두 자주 찾는 온천 명소다. 벳푸온천 명인이란, 벳푸시 관광과에서 온천 관광을 장려하기 위해 2000년에 처음 도입한 제도이다. 온천 명인도에 등록된 150여 곳 온천 중 각기 다른 88곳 온천에 입욕하고 도장을 받으면, 벳푸 온천 명인의 칭호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벳푸 온천 명인이 되기 위한 준비물은 매우 간단하다. 수건을 비롯한 세면도구와 스파포트만 있으면 충분하다. 스파포트는 벳푸시 관광안내소, 서점, 편의점 또는 지정 판매처에서 100엔에 구입 가능하다.


저자는 벳푸 온천 명인에 도전, 제7843대 벳푸 온천 명인의 자격을 얻게 되었고, 명인은 다시 온천 마라톤까지 완주함으로써 '온천 덕후'의 모범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온천 마라톤이란, “5일간 42.195곳(온천 42곳+손만 담그는 온천 0.195곳)의 온천에 들어가는 것으로, 하프(21.195곳) 코스도 있다. 마라톤의 42.195km에서 온 이 대회는, 등수를 매기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후로(Furo) 온천러들에게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한다.


책에는 잘 알려진 대규모 온천 호텔이나 료칸보다는, 구석구석 숨겨진 소규모의 온천들이 주를 이룬다. 소개된 온천은 무려 40곳 가까이 되는 데, 특이한 곳도 있었다. 온천 알몸 기념사진을 남기는 ‘가미야 온천’, 연극 공연장을 겸한 ‘영 센터’, 경륜장과 함께 있는 ‘게이린 온천’ 등 그야말로 이색적인 이벤트 체험 온천들도 있어, 목욕 말고도 즐길거리가 많아 보인다.

온천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비싼 돈을 주지 않고도 명탕을 접할 수 있다.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를 제외하고 목욕만 할 경우, 일반 대중탕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니, 이 또한 알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온천욕을 너무 오래 하거나, 짧은 시간이라도 자주 하면 기력이 소진될 수 있다. 고맙게도 책은 각 온천의 개별적 특징인 수온, 입욕 방법, 비용, 주변의 여행 정보까지 세세하게 담고 있어, 개별 취향에 맞게 온천을 선택하게끔 도와준다.


그나저나, 벳푸 온천 순례를 마친 작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책의 서문에는, “벳푸 온천 명인을 우연히 알게 된 후, 재미 삼아 도전하게 되었고, 온천 명인이 된 후에도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라고 되어있다. 왠지 기대한 바와 다르다.

그럼에도 이게 전부가 아니다.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어 행복했다."라고 덧붙였으니, 이야말로 자주 듣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실천 아닐까. 우리가 그렇게 찾던 소확행. 큰 뜻을 품고 시작한 일이 아님에도, 만족한 결과를 얻었다니, 책을 읽는 나도 그때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반드시 거창하고 원대한 일이 아니어도 된다. 우리 모두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작고 평범한 일부터 시작해보자. 바로 지금,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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