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온 또 하나의 세상

매 조련사의 회고록 <자유를 향한 비상>을 읽고

by 깔깔마녀


제 목: 자유를 향한 비상_매와 부성애에 대한 아름답고도 잔인한 기억
원 제: Blood Ties
출판사: arte
저 자: 벤 크레인 (Ben Crane)
영국인 사진작가, 매 훈련사, 미술 교사. 파키스탄, 유럽, 미국 등을 다니며 매 훈련을 했다.


마흔이 넘어,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장기적인 인간관계나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힘들다. 평범한 대화 수준을 유지하거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종종 겪지만, 흥미로운 주제로 토론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가까운 인간관계는 어렵지만, 자연세계와는 성공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자신과 동반자 사이에 아들이 태어나는 순간,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축복은커녕 달아나고 싶은 충동이 들고, 관계 형성에 대한 압박감과 두려움은 가중되었다. 아들의 엄마는 아들과 함께 떠났고, 직업도 잃었다. 삶이 파탄 지경에 이른 그 무렵, 자연은 또 다른 출구가 되었다. 자연과 함께 하는 동안, 두려움도 불안함도 느끼지 못한 체, 자유로움을 느꼈다.


본격적으로 매 훈련을 시작하면서, 자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매 훈련에 깃든 노력과 사랑(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행동)으로 매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또 다른 대상, 피로 맺어진 관계인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관계(부성애)에 대한 이해와 노력의 아픔이 서려있던 책 <자유를 향한 비상>


매 훈련은 매를 길들이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매와 조련사 사이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둘 사이에 믿음이 형성되지 못하면, 매는 조련사를 떠난다. 길들인다는 말보다, 매의 습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매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고난 본능에 충실한 매의 특성을 알고 매의 눈으로 보는 것, 이는 매 훈련의 핵심인 동시에 매의 생존을 돕는 일이다. 매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자연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아들에 대한 감정이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결국 매에 대한 사랑과 아들에 대한 부성애를 발현하게 되었으니, 매는 둘 사이의 중요한 연결고리인 셈이다.


벤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며, 외줄 타기 하듯 조마조마할 때도 있었지만, 매 훈련과정은 경이로웠다. 모든 장면을 가까이서 숨죽인 체 지켜본 것 같았다. 냉정하고 엄격한, 그리고 거짓을 말하지 않는 자연의 순수함이 놀라웠다.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생생한 묘사는, 다큐멘터리나 자연도감을 방불케 했다.


한편 그 자신이 말했듯, 그의 삶이 누구나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신용카드도 없고, 전기 대신 땔감을, 전화선도 와이파이도 없는 오두막에서 최소한의 문명에 의지한 삶. 매와 더불어 살며 매가 지닌 본질적 자유를 알게 되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다가도, 이면의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파괴력을 생각할 때, 자연으로의 회귀가 반드시 해결책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매의 세계와 일체 하며(자연과 일체) 부재했던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그의 행동 전반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속한 세상과 불협화음을 이룰지라도, 이마저도 자신을 알아가는 방편이라 생각하면 억지일까. 나아가, 나와 다른 세상을 배척하고 경계하기보다 그 자체를 인정하는 마음이 길러지길 바라는 바이다.




*참고*

IAF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Falcony and conservation of birds of prey) 국제 매사냥 연합

https://iaf.org/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

2010년. 매사냥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


시치미 떼다, 매섭다, 매몰차다 등 매에서 파생된 단어들이 많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종종 동물의 왕국을 보며 멍 때리기를 즐긴다.


*감동적이었던 다큐멘터리*

< Martin Clunes &A Lion Called Mugie >- 새끼 사자 무기와 조련사 토니의 교감이 특별했던 다큐멘터리.


<세렝게티에서 살아남는 법> Prey vs. Predators: Survival on the Serengeti- NHK

육식동물의 이빨과 발톱은 사냥에 적격이지만, 무리를 이루고 있는 가젤이나 누의 발차기 공격을 얕잡아 보다간 큰 코 다친다. 단거리 선수 치타가 달리는 모습에 넋을 놓게 되고, 홍학의 환상적인 칼군무가 펼쳐질 때 경탄하다가도,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는 하이에나의 등장에 흥이 달아난다.


<Planet Earth>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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