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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Aug 15. 2021

영화 <더 북샵>

여행 대신 영화


페넬로페 피츠제럴드 (Penelope Fitzerald)의 The Bookshop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영화의 배경은 영국의 바닷가 마을 하드버러. 무척 잔잔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 마을에서도 

알력은 끊이지 않았으니,  인간이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했다.


플로렌스(에밀리 모티머)는 한적한 시골마을의 오래된 건물을 구입하고 그곳에 서점을 열고자 한다.

곧 무너질 것 같은 낡은 건물이지만, 구입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반면, 가맛 부인(패트리시아 클락슨)은 그곳을 문화센터로 만들고 싶어 한다. 플로렌스를 파티에 초대하여 넌지시 자신의 속셈을 드러내 보이지만, 그녀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

서점은 점차 구색을 갖춰가고,  마을 사람들도 서점에 주목하게 된다. 

두문불출하던 노인 브런디쉬도(빌 나이) 플로렌스에게 책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고, 두 사람은 책을 통해 대면의 기회를 갖게 된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 돌아다니던 소문과 달리, 그는 책에 대한 조예도 깊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자 지인들을 사주, 플로렌스의 서점을 갖고자 하는 가맛 부인의 방해공작은 그칠 줄 모르게 되고...   (반전은 있지만 생략) 


영화는 예상과는 달랐다.

로맨틱한 장르인 줄 알았는데, 씁쓸하게 마무리되었다.

어쩌면 이게 더 현실적인 것 같다.

결국 뺏으려는 자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가지려 드니, 혼자 힘으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나 보다.

순수한 목적으로 서점을 열었던 플로렌스는 가맛 부인의 횡포로 서점을 포기하고 마을을 떠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이었지만,  슬프지 않았던 것은 영화의 또 다른 요소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소위 말하는 미장센이 돋보였던 영화였기에, 잔잔하게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나 보다.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울렸다. The old house bookshop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흐릿한 하늘색과 바람에 움직이는 풀, 그리고 바다, 이 모든 것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재즈의 잔잔한 선율도 무척이나 감미롭다. 

촬영 장소에서 직접 보는 듯하다. 해안 도로를 천천히 산책하거나, 드라이브하는 기분이 든다. 

여행을 못 가는 데신 영화로 대리 만족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영화는 특히 전체적인 색감이 남달랐다. 고서점에 진열된 책, 엽서, 티팟, 플로렌스가 쓴 우산 등 소품 하나하나가 서로 어긋남이 없어, 더욱더 운치를 자아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지만, 계속 바라보게 만들었던 영화.

캐릭터에 녹아든 듯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 보는 맛 듣는 맛까지 더해졌던 영화, 

내 마음속에 차분하게 스며들었던 영화. <더 북샵>



책을 읽으면 그 안에 살게 된다. 표지가 지붕과 벽이 되는 집처럼...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






순수한 마음에 돌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당연히 그들도 순수하게 받아들일 거라 믿었는데, 아닌 경우를 종종 만났던 기억이 난다.

나도 "아주 좋은 계획인데, 현실에서는 힘들다.~~ 좋은 의도이지만 그게 될까요?" 하며 시작조차 하지 않거나, 말리는 이들을 수두룩하게 만나보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내가 계획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걸 확인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좀 더 근성 있게 밀어붙이면 어땠을까? 실제로 내가 이룬 일들은 꽤 많은 데, 자꾸 포기한 것들에 집중했던 것 같다. 지금은 남이 이룬 것들을 보며 즐긴다. 솔직히 편하다.





*생각나는 책 (공통점은 없지만, 단지 그때그때 떠오르는 데로 ) 

지금처럼 바람이 달라지고 계절이 바뀌려고 할 때 보면 좋을 것 같은 또 다른 책

앤드류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색감이 아름다웠던 영화

에디 레드메인, 알리시아 비칸데르 주연의 <데니쉬 걸>


*100번째 글이다. 숫자 100이라서, 내 글도 좀 특별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그랬듯이, 내가 좋으면 좋고, 혼자 즐거우면 그만인 걸 안다.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라~~

자평하자면 매우 주관적인 감상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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