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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Dec 11. 2021

노장이 전하는 삶의 메시지

영화 <크라이 마초>

왕년의 로데오 스타 마이크(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일찍이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고, 지금은 말을 돌보며 홀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멕시코에 있는 자신의 아들을 데려와 달라는 친구이자 보스의 요청을 받고, 마지못해 수락하게 된다. 낡은 자동차를 타고 멕시코로 향하는 마이크. 그곳에서 만난 라파엘(친구의 아들)은 자신의 싸움닭인 ‘마초’와 함께 투계장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집보다 길거리가 편하다고 말하는 라파엘, 어린 그의 삶도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마이크에게 반말을 해대며 버르장머리 없이 굴지만, 사실 알코올 중독 엄마의 무관심과 학대로 갈 곳을 잃은 외로운 소년이다.  

본격적으로 두 사람의 로드 무비가 시작되고, 중간중간 사소한 사고와 우여곡절이 뒤따른다. 타고 가던 낡은 자동차마저 강도에게 뺏겨버려 일정이 지체돼버렸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환대를 받게 되고,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된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아니지만, 해피엔딩 덕분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극 중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라파엘은, 마이크에게는 믿음이 간다고 말한다. 마이크와 라파엘. 인생이라는 수직선상에서 정반대 편에 선 두 사람은, 세대차가 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둘의 대화는 접점을 찾게 된다.  

‘마초(남성성, 남자다움을 의미)’라는 단어를 입에 붙이고 사는 라파엘에게, 마초는 허세와 허영일뿐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마이크. 자신을 찾는 아버지에게 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소년에게 “인생의 정답은 없다. 본인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간결하게 대답할 뿐, 설교하지 않는다. 


마이크는 영락없는 감독의 분신이었다. 올해로 90이 넘은 그는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마초적인 매력을 과시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최근작은 매우 대조적이었다. 날카로운 눈빛은 여전하지만, 권위와 카리스마보다는, 불필요한 힘을 뺀 자연스러운 남자 어른의 매력이 느껴지곤 했다. 특히 작품 속 주인공들은, 나이에서 오는 경험을 수훈이나 벼슬로 여기지 않았다. “나 때는 말이야”라며 모든 것을 다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 경청하고 도와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서일까. 배려와 소통의 아이콘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실 공감과 소통은 어렵다. 그럼에도 진심은 전해지게 마련이다. 마이크의 짧은 한 마디가 어린 라파엘의 마음을 열게 만든 것처럼. 






<라스트 미션>과 <그랜 토리노>가 떠오릅니다. 

이번 영화는 매우 짧은 데, 음악도 유쾌하게 흘러 마음 편히 보기 좋았습니다.

Saga, 블록버스터처럼 장대하고 볼거리 가득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꼰대 할아버지와 철부지 십대의 뻔한 이야기로 치부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벌써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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