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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Dec 23. 2021

나의 밤을 꼴딱 지새우게 만든 영화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다시 본 날

인생을 딱 한 번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는 분명 그날로 돌아갈 것이다. 로버트와 함께 떠나기로 했던 그 시간으로.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어제 다시 찾아봤다. 사실 다시 봤다기보다, 처음부터 봤다고 해야겠다. 유명한 영화(책)인데, '불륜'을 다뤘다는 소문만 듣고 심드렁했으니- 나는 불륜이 싫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 비호감이기도 하고 흥미가 없다.-  하마터면 명작을 놓칠 뻔했다. 그날은 채널을 고르던 중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이미 중반부를 지난 상태였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잠들지 못해 힘들었다. 답답하고, 안타깝고, 몰려드는 슬픔에 밤새 뒤척였다. 진실한 사랑은 분명한데, 타이밍이 이렇게 빗나갈 수가... 친구에게 무턱대고 이메일을 보냈다. 이 감정을 도저히 혼자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너무 현실적이었다.  

 

어젯밤 다시 영화를 보는 데 결국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남편과 함께 차 안에 탄 체, 창문 너머로 로버트를 바라보던 프란체스카. 그리고 빗속에서 눈물 흘리던 모습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또다시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생각할수록 감정에 휩쓸리는 걸 알면서도, 그저 내 마음 가는 길을 막을 순 없었다.

일 년 중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짓날, 긴긴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났고,  고작 나흘이었지만, 그 어떤 날보다 찬란하게 빛났을 것이다. 반면, 헤어진 후 자신의 감정을 숨긴 체 살았을 세월을 상상해보니, 걷잡을 수 없이 슬퍼진다. 괜히 (그녀의) 남편과 자식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내게 된다.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제발,  어떤 선택이 옳다고, 어떤 판단이 현명하다고 말하거나 단정 짓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번만큼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럴 땐... 

'클린트 이스트우드니까. 메릴 스트립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니까 아름다운 이야기로 보이는 거다. 잭 블랙과 레벨 윌슨이라면 로맨틱 코미디로 바뀌었겠지? 그래. 너무 작품 속 인물에 매료되어 몰입한 탓이야. 

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지구를 지키는 <스파이더맨> <킹스맨> 소환! 



*오감이 발달했고 육감(sixth sense)도 날카로운 사람이지만, 사랑은 여전히 어떤 형태와 색채를 띄고 있는지 모르겠다. 떠올릴 연애 경험이 없을 뿐,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절대 아닌데,  유독 이성에 대한 희망사항을 말할 때면 '그런 사람 없다' 란 말을 듣곤 했다.

사랑을 남녀 간의 것으로 국한시키는 건, 너무 협소한 사고방식 아닐까. 노랫말도 남발하는 것 같다. 진짜 사랑 타령~. 


*절묘하게 비껴간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많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헤더가 오열하는 대목에서 나도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졌다. 그날은 내가 주인공이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어린 시절에 봤음에도 '진실한 사랑'임을 직감했다.

<필름 스타 인 리버풀>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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