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플레이리스트2

크리스마스 스피릿

by 깔깔마녀

어제, 매일 듣는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미리 듣는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로 캐럴을 들려주었다.

10월의 크리스마스라니. 너무 앞선 것 아닌가. 하긴,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도 있었지.
매일을 크리스마스처럼 살진 않지만, 언제나 캐럴을 들으면 마음이 부풀곤 했다.

그런데 어제는 달랐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일까.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은 어디로 갔을까. 시월의 마지막날도 아직 오지 않았는데? 10월이 실종된 기분이었다.


여전히 다이어리를 쓰고, 책상과 거실 달력을 넘기며 사는 나는 예전처럼 ‘다음’을 설레며 기다리기보다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법에 조금 익숙해졌고, 그 노력이 이제야 자리를 잡은 것 같기 때문이다.

아직 열매 맺지 않은 나의 시간보다, 현실이라는 시간이 저만치 앞서가는 게 아쉽다.

무엇보다 지금 내 곁의 사람들을 그대로 붙잡아 두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써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건 곧 2025년을 보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IMG_8902.JPG 2024년 12월, 자정을 갓 넘긴 시각, 음악회를 다녀온 그날 밤, 나는 동화 속 세상을 만났다.

힘들게 시작된 한 해였다. 사소한 불편함도 많았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희망과 긍정을 품게 되었다.
역설 같지만, 실제로 그랬다.

그래서일까, 2025년을 잠시 박제해 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캐럴이 들리면 항상 환하게 웃음 짓던 나는, 문득 마음이 쓸쓸해졌다.

대신, 크리스마스가 가진 의미만 간직하기로 했다.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그 정신은 고귀하다고 믿는다.
비록 어제는 설렘 가득한 캐럴은 아니었지만 사라지는 것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Sia의 Snowman이 생각났다.

스노우맨이 녹아 사라지는 걸 걱정하듯, 나 또한 내 곁의 사람들이 하나둘 멀어질까 두렵다.
따뜻한 햇살은 얼음과 추위를 녹이는 자비로운 존재지만, 스노우맨에게는 피하고 싶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름답고 우아한 선율은 늘 내 마음을 조용히 감싸준다.




Sia의

Snow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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