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전(戰)에서 살아남기

한 편의 글이 되기까지 문장 안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실감하다.

by 깔깔마녀

'이제는 더 이상 고치지 않아도 되겠지...' 하는 순간, 어색한 표현들이 레이더망에 걸려든다. 포착된 놈들은 바로 문장의 오류, 어색한 표현, 뜬금없는 결론, 주제와 맞지 않는 내용.

수차례, 혹은 수십 차례의 퇴고 과정을 거쳐야 드디어 내 글 한편이 탄생하니, 글쓰기야말로 전쟁이나 다름없다. 이름하야 퇴고전(戰).


쓸 때는 몰랐는데, 수정하려고 보니 중언부언이다. (내 글이야말로) 숨겨진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오류를 어떻게 제거할지 난감하구나.

우선 발견된 오타는 즉시 제거. 다행히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해결해준다. 하지만 이도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과 예문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헷갈리는 단어들도 문제다. 이들은 얼핏 보면 구별하기 어렵다. 가령 "일절, 일체"

단락도 바꾸고 문장의 위치도 달리해본다. 그래도 매끄럽지 않다. 읽는 데 턱턱 걸리는 부분들이 있다. 불필요한 조사와 접속사들, 반복되는 주어 없애기. 문장 하나에 하나의 의미만 담으려는 데 길어진 문장은 주어와 동사가 불일치하고 있다. 어떤 곳은 단문 투성이라 단조롭다.

할 수 없다. 전면전이다. 왕창 뜯어고치기! 혹은 다시 쓰기.


며칠 후 글을 다시 읽으니, 이럴 수가... 제목은 여기 있는데 결론이 산으로 가버렸다.

어젯밤의 이야기는 내 감정의 범벅이었다. 아침에 보니 후회 가득. 이래서 퇴고는 시간을 두고 해야 하는구나.


퇴고전에 지쳤다면, 36계다. 병법 중 최고(?)의 전술이다. 충전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잘 쓴 글도 읽고, 모방도 해보고.

계속 쓴다고 술술 풀리면 하루에 A4 용지 100매씩은 쓰겠지만, 안타깝게도 헤밍웨이와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오스카 와일드는 각각 1명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내 목표는 즐겁게~.


펼쳐놓은 글이 완벽하지 않아도, 가끔은 자기만족으로 그대로 둔다. (여전히 빼야 할 것들이 많음에도 유독 집착하는 글이 있다.)

참, 퇴고한 글들은 삭제하지 않는 걸로. 버려진 문장이라도 다음에 읽어보면 어딘가에 쓰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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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모전 [公募展]이 전쟁 [戰爭]은 아니지만, 피 말리는 글쓰기의 고충을 실감했다. 삶이 전쟁이고 일터가 정글이면 안되는데. 왜 자꾸 그런 생각이 들까.


*연관 도서*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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