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줄 땐 급하고 돈 줄 땐 느긋하쥬?
생각해 보면 처음 인사부터 예의는 나이와 같이 밥 말아먹은 인간이었다.
다짜고짜 인사말도 없이 "새로운 혁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왔을 때부터 특이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연세도 지긋하시고 의뢰내용은 나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는데 그 이후로도 모든 소통이 일방적이었다.
나이가 들어 그런 건지 대표라서 그런 건지 둘 다인건지 가끔 본인이 개떡같이 한두 마디 내뱉어도 밑의 사람들이 알아서 해석하고 정리해 주니 그것에 길들여져서 상호소통능력과 인간적인 배려심이 증발해 버린 의뢰인들이 있다.
여기에다가 최악은 급한 스케줄이라는 것
AI시대에도 아직 디자이너가 필요한 이유는 의뢰인 스스로도 모르는 마음속 디자인을 같이 고민해 주고 표현해 주는 것 덕분인데, 이것도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배려와 의사소통 능력은 있어야지..
a-z까지 레퍼런스와 시안을 보여주면서 겨우 합의점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디자인을 바꿔서 그때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다. 더 최악은 주말에 뜬금없이 일정이 늦어진다고 연락이 와 있었던 것. 주말 저녁에.
딱 그렇게만 보내두면 어쩌라는 거지? 그래도 그때도 화가 많이 나긴 했지만 이러이러해서 일정이 늦어진 거라고 잘 설명을 하고 넘어갔다.
개인적으로 클라이언트의 밑바닥을 보고 싶으면 돈얘기를 하는 게 젤 빠르다고 생각한다.
선금 잔금입금은 기본인데 이런 것에 있어서 독촉으로 느끼는 클라이언트는 더 이상 거래대상이 될 수가 없다.
예상되다시피 급한 스케줄로 주중주말이고 전화를 걸던 이 클라이언트는 내가 돈얘기하면서 전화를 하자 본인이 지금 미팅 중이라고 짜증을 냈다. 미팅을 이틀 동안 하나요?
디자인 도중에도 정말 두 번 세 번 읍소해야 피드백이 와서 답답했는데 본인이 급할 때는 또 바로 재촉하고 ㅜㅜ
그래도 좋게 생각해서 넘기려고 했는데 이번 거래를 끝으로 손절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하고 싶은 말은 첫인사부터 싸가지가 없으면 사실 그냥 쭉 싸가지가 없을 거라는 점........... 급하지 않으면 받지 말자 ㅜ